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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 가족기업 ‘레고’ 4세 경영체제 돌입
4대孫 토마스, 부회장 임명…가업승계 매듭


세계 최대 장난감회사 레고(Lego)가 조만간 4세 경영체제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레고의 부회장이자 최대주주인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68·오른쪽)은 최근 자신의 뒤를 이을 후임자로 그의 아들 토마스 키르크 크리스티안센(37·오른쪽)을 지명했다. 창업 4세인 토마스가 곧 레고의 부회장으로 취임할 전망이다. 아들에게 후계를 물려주기로 선언한 크옐 부회장의 자산은 97억달러(약 11조600억원)에 달한다. 포브스가 선정한 덴마크 1위 억만장자다. 부의 원천은 당연 레고다. 목수 출신 창업가인 할아버지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1891~1958)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았다. 멀린엔터테이먼트(Merlin Entertainmentsㆍ이하 멀린)의 지분율도 30%로, 사실상 최대주주나 마찬가지다. 멀린은 레고랜드, 마담투소 밀랍인형박물관, 런던아이 관람차 등을 운영하는 그룹으로, 월트디즈니에 이어 세계 2위 테마파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고의 다음 주인으로 올라서게 될 토마스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14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는 레고를 더 큰 글로벌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토마스 역시 어려서부터 레고 장난감과 친숙했다. 특히 해적과 우주놀이 세트의 광팬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될 때까진 다른 회사 취업을 알아볼 정도로 레고의 경영권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1990년대 후반, 전 세계에 불어닥친 전자오락과 컴퓨터게임의 성공은 이런 그의 생각을 바꿔놨다. 아이들의 관심이 블록장난감보다는 전자오락으로 급격히 이동했고, 때마침 아시아 지역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레고는 막대한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회사에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토마스는 레고그룹의 임원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당시 레고는 사모투자펀드 그룹으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을 정도로 경영난에 빠져 있었다. 크옐은 제안을 거절하고, MIT대학 미디어팀과 협업해 로봇 만들기에 용이한 코딩 프로그램 ‘마인드스톰’ 시리즈를 개발하고 월트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과 제휴를 맺으면서 반등에 박차를 가했다. 2004년 크옐의 바통을 이어받아 CEO가 된 매킨지 전 컨설턴트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가 레고를 다시 성공가도로 올려놓았다.

비결은 강한 구조조정이었다. 레고랜드 지분의 70%를 블랙스톤에 매각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동유럽으로 공장을 이전해 인건비를 줄였다. 레고에 ‘스토리’를 입히는 전략을 취하면서 어른 고객까지 사로잡았다.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들고 2014년 아예 레고 시리즈 장난감을 스톱모션으로 영화화한 ‘레고무비’를 제작해 북미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1932년 나무를 깎아 제품을 만들던 레고는 불과 80여년 만에 장난감은 물론, 게임과 로봇산업, 출판, 의류, 미디어와 테마파크로까지 확장된 상태다. 레고의 부활은 실제 브랜드 가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영국 컨설팅기관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는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기업 1위로 레고를 뽑았다. 레고의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은 13억9000만달러, 매출은 52억달러로 전년 대비 25%나 오른 수치다.

민상식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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