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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기자의 알쏭달쏭 의료상식] 잦은 복통·설사…과민 ‘장’ 김과장 “나 어떡해”
공무원인 김 과장(45)은 요즘처럼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면 주말에 가족들과 도심 근교를 자주 찾는다. 가족과 함께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맛있는 외식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김 과장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복통, 설사 및 변비’ 증상이다.

‘장(腸) 운동’이 비정상적이거나 감각 기능이 너무 민감하여 발생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특히 낯선 곳을 가거나 평소 자주 먹지 않는 음식을 먹을 경우 여지없이 김 과장을 괴롭힌다. 그는 이런 ‘배변 공포’ 때문에 낯선 곳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화장실이 주변이 몇 미터 거리에 있는지 체크한다.

갑작스런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는 질병은 다양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아직까지 확실한 이유가 밝혀져 있지 않다. 일종의 기능적 소화관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대장의 기질적 이상을 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이고 반복적으로 복통을 느끼거나 변비, 설사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 질병으로 진단된다.

논란이 분분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스트레스가 한 요인으로 꼽힘다. 급성 장염 후 지속적인 점막 염증, 소장 내 세균의 과도 증식과 가스 발생도 발병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주위에 말하기 민망해서 그렇지 꽤 많은 사람이 고통 받는 질환이다. 서구에서는 진단 기준에 따라 백명 중 열다섯 명에서 스무 명 꼴의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백명 중 다섯 명에서 열명 정도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 받는다고 조사되었으나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부터 40대에 이르는 청장년층에서 높은 빈도로 발병하고 있으며, 여성비율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어려서부터 자주 배앓이를 한 분들이 성인이 되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은 우선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이다. 평소 먹었을 때 자극이 되었던 음식을 파악하고 이런 음식들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 20g정도가 함유된 고섬유질 음식을 매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된다. 아스파라거스, 콩류, 브로콜리, 당근, 토마토, 사과 등이 이에 속한다. 단, 식이섬유는 가스를 유발하므로 피하도록 한다. 육류를 먹을 때는 채소와 함께 먹도록 하고 카페인, 술, 밀가루, 인스턴스 음식, 기름진 음식, 고지방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식습관보다 더 중요한 건 ‘정신적인 안정’이다. 본인에게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요인들을 제거하고 적절한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하며 산책과 조깅 등 운동을 통해 장운동을 활성화 시켜주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도 서구화된 식생활 때문에 대장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대장암에서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같은 배변 양상을 동반한 복통 혹은 복부 불편감이 발생해 이 질환이 혹시 대장암을 유발하는게 아닌가 궁금해 하지만 이 질환 자체가 대장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유전여부도 뚜렷하지 않다. 가족 중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가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약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족 내 같은 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공통된 환경적 영향을 배제 할 수 없고, 과민성장증후군과 연관된 유전자가 뚜렷하게 규명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장 근육의 기능적인 문제와 외부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생긴 만성질환으로 안타깝게도 한 두번의 약물 복용으로 완치할 수는 없다. 따라서 치료목표가 환자의 ‘증상완화’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대증 요법에 우선적으로 집중해 왔다.

최근에는 과민성 장증후군의 주요 병인 중 하나로 장염 후 발생하는 환자에서는 점막 염증에 대한 치료를, 소장 내 세균과다 증식에 의한 환자에서는 항생제 치료를 하는 등 ‘개인별 맞춤 처방’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복통이나 변비,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요법과 함께 스트레스를 줄이는 생활요법이 필수적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지장을 주어 ‘삶의 질’을 저하시키므로 꾸준한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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