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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품 아닌 기술팔아 수익…포스코, 철강업계 롤모델 되다
‘혁신 3.0’ 현장을 가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

본지 언론사 최초 현지 답사
2009년 세계 첫상용화 ‘CEM’
연주-압연공정 하나로 통합
경쟁사도 관심 갖고 ‘러브콜’



포스코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파이넥스와 CEM과 같은 ‘기술’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제 철강 제품 수출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까지 팔아 수익을 내겠다는 뜻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침체의 늪에 빠진 철강업계의 돌파구로 내세우는게 바로 기술 판매다. 포스코만 지닌 WP(월드프리미엄) 기술을 판매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포스코가 200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EM 공정이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와 경쟁사인 아르셀로미탈도 이 기술에 관심을 갖고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관심이 높다. 최근 국내 언론사 최초로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에 있는 CEM 공장을 다녀왔다.

CEM은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실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이다. 전통적인 고로제철 방식인 쇳물을 굳히는 연주공정과 철강재를 얇게 펴는 압연공정을 하나로 통합했다. 뜨거운 슬래브를 냉각해 창고에 보관한 뒤 압연공장으로 이동해 1200도로 재가열하는 중간 과정을 생략했다. 쇳물부터 바로 코일이 나오는 ‘꿈의 공정’이다. 그동안 슬래브의 열을 식히는데 몇일의 시간이 걸렸고, 다시 재가열하는데도 막대한 에너지 비용이 들었다. 


CEM 공장에 들어서니 규모면에서 고로제철소와 비교할 수 없이 소박했다. 약 50m 높이에 올라서니 두꺼운 슬래브가 압연공정을 거치며 얇게 펴지면서 코일로 탄생하는 공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로제철소 방문 당시 1km가량 걸어야 연주, 압연, 코일생산 과정까지 볼 수 있었지만, CEM 공장은 180m 걸었더니 끝 지점에 도달했다. 연주, 압연 공정을 하나로 압축해 시설 규모 자체가 60%가량 축소됐기 때문이다.

모든 공정을 컨트롤하는 기계실에 들어섰더니, 여느 조업장과 달리 여유가 느껴졌다. 100% 자동화된 시스템 덕에 화면에 연주 속도가 뜨고, 20여개 실시간 카메라가 현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계실 관계자는 “공장 전체에서 일하는 인력은 총 14명으로, 주로 자동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문제가 생길시 이를 점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니터링 화면에 뜬 연주 속도는 분당 6.2m였다. 이는 1분당 6.2m 길이의 슬래브를 생산한다는 뜻으로, 속도를 올리면 최고 8m까지도 가능하다고 포스코는 강조했다. 완성된 코일두께는 2㎜라고 화면에 떴다. 최대 가능한 두께는 0.8㎜(상용화는 1㎜)로, 초극박재의 생산도 가능해졌다.

처음부터 이처럼 여유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2009년 CEM 공장을 첫 가동했을 때 시스템이 불안정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당시 CEM 기술의 핵심은 연주공정의 작업속도를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기존 고로제철소에선 연주공정에서 나오는 슬래브가 분당 1.5~2m정도였지만 압연공정의 대형 롤링 머신은 분당 6~7m코일을 뽑아냈다. 창고에 슬래브를 쌓아둔 것도 연주가 압연 속도를 못 따라갔기 때문이었다.

이에 포스코는 2009년 분당 6.5~8m의 고속 연주기술을 개발하면서 CEM 공정이 탄생했다.

조명종 CEM 기술지원프로젝트팀 수석연구원은 “이젠 분당 6.5m 이상의 고속연주기술이 안정화됐고, 1㎜까지 얇은 코일을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만들 수 있는 제품군도 확대됐다. 얇은 극박재부터 두꺼운 제품, 일부 특수 강종까지 제품 생산 범위가 넓다. 특히 기존 열연공정으로만으론 생산이 어려웠던 극박재를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건 장점이다. 시스템이 안정되면서, CEM 기술 관련 수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등과 10건 정도 수출 관련 논의중이다. 방문한 CEM 프로젝트팀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세계 지도가 있었고, 그중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에는 스티커가 빈틈없이 붙어있었다.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수요를 찾기 위해 발로 뛰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조명종 수석연구원은 “철강산업은 규모가 클수록 경제성이 있는데, CEM공장은 200만톤으로도 일반제철소 400만톤과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있을 정도로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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