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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두테르테가 달라졌어요…“바티칸에 가 사과하겠다” 몸 낮춘 두테르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세계의 악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이 몸을 낮추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사과와 기도를 하기위해 바티칸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세계를 향해 화해의 손짓을 내밀고 있는 것.

12일 GMA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이후 바티칸, 미국, 중국, 일본 등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피터 라비냐 대변인은 두테르테 당선인이 사과와 기도를 하기 위해 바티칸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비냐 대변인은 다만 구체적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

두테르테 당선인은 작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당시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교항을 “매춘부의 자식”이라고 욕설을 퍼부은 바 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또 미국, 중국, 일본과의 교역ㆍ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 국가의 방문도 추진한다. 대선 유세 때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되면 외교 관례와 국익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비냐 대변인은 “필리핀에서 선거 때 농담과 조롱 등 정치인들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며 외교가에 두테르테 당선인의 달라질 모습을 기대할 것을 주문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유세 당시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사건 때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그녀는 아름다웠다. 시장인 내가 먼저 해야 했는데…”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호주가 이를 비판하자 두테르테 당선인은 어맨다 고렐리 호주 대사와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사에게 “입을 닥쳐라”며 외교관계 단절까지 경고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또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자신의 집권 시 경제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하자 외국인의 투자 지분 제한 규제를 풀겠다며 일종의 ‘당근 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의 달라진 모습은 또 있다. 9일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자 부모 묘소를 찾아 눈물을 쏟으며 “어머니,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등 그 동안의 강성 이미지와는 다른 ‘평범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두테르테는 심지어 자신은 ‘마마보이’였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당선인의 이같은 화해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두테르테 당선인의 초법적인 범죄자처형 경력과 교황을 모독한 인성적 자질을 지적하며 필리핀이 과거 민중 선동과 형편없는 통치의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 혹평했다.

영국 포츠머스대학 국제관계학 강사 톰 스미스는 가디언에 기고한 ‘필리핀 지도자가 훨씬 나쁘다’는 기고문에서 두테르테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화당 대선후보와의 겉으로는 그럴싸한 비교 없이도 두테르테는 충분히 위험한 인물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기행과 독설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겠지만, 두테르테는 독재자였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처럼 철권통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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