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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허용석 삼일회계법인 고문] 토마 피케티의 조세개혁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불평등의 중심에 자본이 있고, 자본은 노동과 달리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지난 세기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자본소득의 비중 역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자본과세 강화를 들었다. 모든 나라가 자본에 대해 같은 세율로 과세하되 국내외 자산을 인별로 합산해 누진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이 갖는 높은 이동성을 감안해 국가 간 공조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런 논지의 연장선에서 2011년에 피케티와 이매뉴얼 사에즈 버클리대 교수, 카미유 랑데 런던 정경대 교수가 ‘프랑스 조세개혁안’(세금혁명, 2016년, 글항아리)을 내 놓았다.

이들은 프랑스 조세제도가 형평성에 부합하고 있는지 진단했다. 우리 같으면 국민이 부담하는 모든 세금과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소득 대비 누진적인지, 역진적인지를 본 것이다. 결과는 소득 하위 95%까지는 소득이 늘어나면서 실효 세 부담이 41%에서 50%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소득계층에서는 50% 아래로 낮아졌다. 0.1% 최상위 소득계층의 실효 세 부담은 35%에 불과했다.

소비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두 세목이 소득 대비 역진적이었는데 소득세(엄밀한 의미에서 개인소득을 대상으로 부과되는 소득세와 사회보장분담금)가 이 두 세목의 역진성을 상쇄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프랑스 조세제도가 갖는 역진성이 무기력한 소득세 때문인 것으로 보고 개혁안을 냈다. 개혁안은 개인소득에 부과되는 기존의 소득세와 사회보장분담금을 새로운 소득세로 대체하되, 과세표준은 사회보장분담금의 것을, 세율은 소득세의 누진세율을 쓰게 했다.

다만, 소득 상위 3% 계층의 세 부담은 늘리고, 저소득층은 줄이되, 중간소득층은 변화가 없게 세율을 조정했다. 세수는 개혁 전후 같다. 기존의 분리과세, 공제, 감면, 세금상한제 같은 건 모두 없앴다. 이렇게 해서 소득세 과세베이스를 넓히고 누진도를 높였다. 내용적으로는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피케티는 한계세율 대신 실효세율을 쓰자고 주장했다. 한계세율은 고소득층의 실 세 부담액을, 실 누진도를 나타내지도 못하면서 높게 표시돼 혼돈을 준다.

실효세율을 쓰면 초과소득을 계산해 세율을 곱하고 다시 합산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 없다. 소득에 세율을 곱하면 끝이다. 비례세적 성격이 가미되는 것이다.

높은 한계세율을 상쇄하기 위해 다양한 공제가 허용되는데 이런 공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돼 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공제로 일실된 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한계세율이 끌어올려지기도 한다.

매달 실효세율 만큼 세금을 내게 하면 저소득층은 1년 내내 증가된 명목소득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피케티는 누구나 들어와 프랑스 조세개혁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세 사이트를 운용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세율, 과표구간, 공제, 감면 같은 변수를 조정했을 때 세수나 세 부담이 어떻게 변하는지 몇 초 안에 모의실험을 해 볼 수 있다.

그는 세금에 대한 토론이 기술적인 제약에 부딪혀 자주 방해받는다고 하면서 국민의 손에 개혁의 수단을 쥐어 줘야 한다고 말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교수는 피케티를 ‘마르크스 보다 크다(Bigger than Marx)’고 평했다. 피케티의 개혁안에 대해 프랑수아 올랭드 정부는 반응이 없다.

그러나 형평성, 누진성, 투명성, 민주성이 강조된 피케티의 개혁안이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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