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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세프 대통령, 아직도 자신이 민주 투사라 착각”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탄핵은 쿠데타다.”

탄핵 위기에 내몰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이번 위기 과정에서 종종 뱉은 말이다.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 역시 그의 이러한 발언을 구호로 삼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호세프 대통령이 과거 군부독재 정권과 투쟁했던 시절의 사고 방식에 여전히 빠져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주의 사회가 됐음에도 자신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세력을 투쟁의 대상인 ‘악(惡)’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 탄핵 위기 속에서 브라질의 과거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젊은 시절 군사독재 정권과 투쟁한 경험이 현재 탄핵 상황을 인식하는 데 어떤 영항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호세프 대통령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을 군사독재정권에 투쟁하는 반정부 게릴라 단체에서 활동했다. 이 때문에 3년간 투옥돼 구타와 전기 고문 등 온갖 고초를 겪기도 했다.

독재정권이 끝나고 정치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뒤에도 호세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자신의 이러한 전력을 드러냈다. 일례로 2014년 재선 과정에서 내보낸 홍보 영상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이 투옥 시절 결연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진을 담고 있다. 대통령이 되고서도 반독재 투사로 스스로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만들어 온 것이다.

현재의 탄핵 사태를 ‘쿠데타’라고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대학의 정치학자 마우리시우 산토루는 호세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 세력들이 “선과 악의 구별이 매우 쉬웠던 (독재) 시대의 ‘노스탤지어’(향수)를 갖고 있다”며 “탄핵을 쿠데타라고 규정하면 자신들은 (도덕적으로) 순수하고 죄가 없는데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을 권력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물가 상승, 높은 실업률, 부패 등 브라질 민심이 이반한 여러 요인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탄핵의 원인이 된 실정을 바로잡을 기회를 원천차단하는 것이다. 노동당 전 의원이자 호세프 대통령처럼 무장 게릴라 활동을 했던 페르난두 가베이라도 “호세프의 마음 속에서 베를린 장벽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며 “자신이 패배하는 것은 악한 적들 때문이지, 스스로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호세프의 생각이다”라고 꼬집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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