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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소비자가 움직인다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서 니 자식을 죽인 놈은 우리다, 옥시다 라고 사과해야 합니다”

지난 2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자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긴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공식석상 앞에 섰다. 언론과 피해 유가족들 앞에서 “사죄하고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인 옥시 한국 법인장 앞에서 유가족들이 원한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

그리고 지난 4일 영국 본사로 항의방문을 떠났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유족과 환경단체 대표가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여전히 “사과의 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크게 변함은 없었다”는 것이 항의방문단의 설명이다.

‘옥시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유가족들의 외침에 ‘기존 방침’을 고수한 옥시의 대응에 오히려 국민적 분노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동네슈퍼에서부터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옥시 불매운동은 “한국 국민을 무시하고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옥시 영국 본사의 책임자들을 단죄하는 길”이라는 항의방문단의 호소와 뜻을 같이 한다.

불매운동의 결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대형유통채널에서 옥시 제품의 매출은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세탁, 청소용품, 방취제, 흡수류에서부터 주방용품, 의약품까지 옥시 제품 리스트는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옥시 사용을 거부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만들어낸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등을 돌리고 제품 구입을 거부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최근 몇 년 새 기업의 ‘갑(甲)의 횡포’들이 드러나면서 단순히 제품 뿐 아니라 기업을 겨냥한 불매운동도 간간이 불거져 왔다.

이번 옥시 불매운동이 소비자들의 분노를 씻어줄 만한 결과를 가지고 올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비도덕적 기업행태가 가져올 결 과, 그리고 소비자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손미정 소비자경제섹션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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