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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산·국산 혼합…국내산은 몇% 들었다는거야?
메뉴판에 원산지 표기 의무사항
높은 비율을 먼저 적어야 하지만
단속 힘들고 아는 사람 별로없어



‘육개장(육수 국내산 육우, 고기 미국산)’, ‘제육볶음(덴마크, 독일산)’, ‘닭갈비(국내산과 브라질산 섞음)’.

소비자들이 식당에 들어가 벽에 걸린 메뉴판이나 메뉴책자를 보게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음식명과 그 옆에 표기된 원산지 정보들이다. 건강하고 투명한 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더욱 커지고 있고,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식당 업주들도 원산지 표기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원산지에서 공급되는 재료를 섞어 사용하더라도 원산지별 재료 활용 비율을 확실히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이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헤럴드경제 기자들이 서울 시내 식당을 직접 취재해 본 결과, 음식에 2곳 이상의 원산지에서 생산된 재료를 혼합해 활용하는 음식의 경우 원산지별 재료가 얼마나 활용됐는지 알 수 없도록 표기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국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춰 식자재 원산지 표기를 한 경우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국산과 수입산 원재료를 혼합할 경우 정확한 비율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식당 메뉴판들.

서울 서대문구에서 백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72ㆍ여) 씨는 가게 메뉴판에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제육볶음’의 주요 재료인 돼지고기 원산지로 ‘수입산(덴마크, 독일산)’이라고만 적어뒀을 뿐 정확한 활용 비율을 적시하지 않았다. 이 씨는 “현재 돼지고기의 경우 덴마크산과 독일산을 섞어 쓰고 있다”며 “수입 상황에 따라 다르게 비율을 정해 섞어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정확하게 어느 나라에서 온 고기가 몇 퍼센트 들어갔다는 식으로 설명하긴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현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국산과 수입산을 병행표기할 경우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적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알고 지키는 음식점들은 많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혼합 비율에 따라 많이 섞인 것을 먼저 표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때마다 원산지별 납품 물량이 다를 경우 혼합 비율도 달라질 수 밖에 없어 상황에 맞춰 원산지 표기를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당국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춰 식자재 원산지 표기를 한 경우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국산과 수입산 원재료를 혼합할 경우 정확한 비율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식당 메뉴판들.

이 때문에 정확한 수입 국가를 표기하기 보다는 수입산으로 단순하게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감자탕 전문점을 운영중인 한 업주는 “국내산 또는 수입산이라고만 표기하고 원산지 국가명은 정확하게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계절이나 가격 등에 따라 국내산과 수입산을 다르게 쓸 수 있는데 일일이 때마다 고쳐야한다는 것은 불편하다. 결국 주인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서울 종로구 한 유명 식당의 경우엔 국산과 수입산을 섞어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으로 ‘국내산’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 종업원이라는 50대 여성은 “돼지불고기의 경우 삼겹살은 수입산, 목살은 국산을 쓰고 있지만 그때그때 사용되는 부위의 비율이 다르다보니 비율 표기를 정확하게 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국내산’으로 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실이 이렇지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외식업위생팀 관계자는 “식재료의 경우 국내산과 수입산 여부만 기재토록 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원산지별 비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어낼 방법도 없고, 특별히 방안이 논의되는 것도 없다”고 했다. 농수산물안전팀 관계자 역시 “조리할 때 국내산과 수입산이 어떤 비율로 들어가는지 규정이 없어 식당마다 다른 것이 현실”이라며 “기존에도 관련 법 제도를 개정하기 위해 검토한 적은 있지만 정하지 못하고 넘어갔고, 대응 방안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규정을 지킬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원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음식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율대로 원산지를 모두 표기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현재 가공품에 적용하는 것처럼 주 원료의 순서대로 큰 글씨로 표기하고 정확한 사용 비율을 표기토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윤·구민정·유오상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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