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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지도, 보지도 않고...하나마나한 어린이집 평가인증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평가인증제도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평가에서는 평가자가 점수를 잘못 부과하거나 관찰 시간을 조기 종료하는 일이 적지 않았으며 허위청구나 인건비 유용 등으로 원장 자격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받아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심의위원이 차기 위원으로 재위촉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보육진흥원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고 평가 관리와 심의의 공정성 확보 방안이 미흡하다며 기관경고 조처를 내렸다. 또 어린이집 질적 수준 유지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보육진흥원에 권고했다.

보육진흥원은 복지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인증’을 수행한다. 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은 평가인증 로고를 받아 3년간 어린이집에 게시할 수 있다. 작년 2월 기준으로 전체 어린이집의 76.5%가 인증을 받았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4년 심의를 담당한 지역별 심의위원 245명 중 38명(15.5%)은 심의 회의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중 29명은 2015년도 위원에도 재위촉돼 계속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전체 위원 중 연간 참석률이 50% 이하인 위원은 38.4%(94명)이나 됐다.

2~3명의 관찰자가 하루 동안 해당 어린이집에 상주하면서 관찰하는 현장 관찰 평가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평정 오류가 발생했다. 관찰자가 점수를 잘못 부과하거나 일부 평가 항목을 누락하고 관찰 시간을 조기종료하는 등의 평정 오류 건수는 2012년 37건, 2013년 53건, 2014년 66건 등으로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2014년 이후 경기도에 있는 어린이집 중 행정처분을 받은 79곳에 대해 인증이 취소됐는지를 살펴본 결과 인증이 취소되지 않은 곳이 3곳이나 됐다. 전라남도의 경우 어린이집 7곳 중 4곳에 대해 행정처분 내용이 평가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

보육교사를 허위등록해 보육료를 허위청구하고 교사 인건비를 유용한 B어린이집의 경우 보조금 환수와 원장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감점을 받지 않아 높은 점수를 얻었다.



평가인증을 받은 뒤에는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운영 상황이 악화한 사실도 발견됐다. 어린이집들이 인증을 받을 때만 집중적으로 준비하지만, 평소에는 인증 당시의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상 어린이집 1845곳의 평균점수는 81.5점으로 전년도 평가인증 때의 평균점수 90.8점보다 9.3점이 낮았다. 점수가 올라가거나 같은 경우는 11.1%에 불과했다.

평가 불인증 사유에 해당하는 필수기본항목의 일부를 준수하지 않은 곳도 49곳(2.7%)이나 됐다.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인증 수개월 전부터 집중적인 준비를 한다. 이에 대해 평가 준비 과정에서 보육교사의 업무부담이 지나치게 크며 보여주기식 평가에 그친다는 지적이 보육 현장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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