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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 性 리포트 ①] 성추행 등 대학가 성범죄 만연…범죄 인식 사라진게 큰 탓
-대학 내 성범죄 대학 한 곳당 2.48건…문제 심각
-성폭력전담 상담인력 배치 대학, 13.7%…대응 미흡



[헤럴드경제=박세환ㆍ구민정 기자] #. 지난 2월 서울의 A대학 생명환경과학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25금(禁)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을 하면서 선배들이 몸으로 유사 성행위를 묘사하고, 신입생에게 해당 단어를 맞추도록 한 것. 이어진 게임에선 지면 서로 모르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의 무릎에 앉아 껴안고 술을 마시는 벌칙을 강요했다. 한 신입생은 “너무 민망했다.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라며 “대학생은 원래 이러고 노는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 최근 충남의 B대학 통학버스에서 남학생이 옆자리 여학생을 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남학생이 잠든 여학생 겉옷 지퍼를 내리고 가슴을 만지다 들키자 ‘지퍼가 신기해서’라고 발뺌했다는 것. 이같은 소식은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되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교 측은 정확한 사건 조사에 들어갔다.

대학행사나 대학생활 중 발생하는 성추행과 성희롱, 성폭력 등 성범죄가 늘고 있다. 학생 동기간 성범죄 뿐만 아니라 교수-제자 관계, 선후배 관계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도 만연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학 내 성범죄가 만연해지고 있는 것은 가해자 스스로가 범죄 인식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학 당국도 예방교육 등 사전ㆍ사후조치에 미흡한 자세를 보이면서 범죄 확산을 더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대학 내 성범죄의 경우 교수와 학생의 수직적 관계, 학생들의 집단적 유대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공개하거나 가해자를 고발하기 어려운 실정임을 감안할 때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학내 성희롱, 성추행 등 성범죄가 늘고 있다. 특히 가해자가 스스로가 범죄 인식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학 당국도 예방교육 등 사전ㆍ사후조치에 미흡한 자세를 보이면서 범죄 확산을 더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 성범죄 증가세=여성가족부가 지난해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에 연구 의뢰해 전국 95개 대학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사건처리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15년 7월 사이 대학 내 성희롱ㆍ성폭력 접수사건 수가 대학 한 곳 당 평균 2.4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인 1.18건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피해자는 학부생이 78.9%로 가장 많았고, 가해자 또한 선배 등 학부생이 49.2%를 차지했다. 성폭력 발생 장소는 뒤풀이 등의 유흥공간과 숙박시설이 49.5%로 나타났다. 또 교육부의 ‘대학 내 성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27개 대학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제 대학의 성범죄 건수는 114건, 성범죄 교원은 44명으로 집계됐다.

여가부와 교육부 통계가 330여개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만큼 대학의 성범죄 수는 더욱 많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관계자는 “대학 성범죄 조사가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조사된 만큼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일 경우 더 많은 성범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성폭력전담 상담인력 배치 대학은 13.7%= 이처럼 대학내 성범죄가 만연한 상황이지만 재범 방지를 위한 가해자 교육이나 상담을 집중적으로 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 의무사항이 아닌데다 현실적으로 여력이 되는 대학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내 성희롱ㆍ성폭력 예방을 위한 방안을 연구한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 교육을 직접 하는 국내 대학은 거의 없다”며 “한다고 해도 수도권 일부 대학만 해당하고 이마저도 일회성에 그쳐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대학은 가해자 상담이나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성폭력 상담기구를 독립적으로 갖춘 곳은 대학의 25%(2011년 기준 280곳 중 73곳)에 불과하다. 성폭력 업무 전담 상담인력이 배치된 곳도 13.7%(2015년 기준)에 불과하고 1년 예산 1000만원 미만으로 운영되는 곳이 60%에 이른다. 성폭력상담 등 자격증을 소지한 상담원은 59.3%이고 대부분 1~2년의 단기계약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폭력예방교육 실시 결과 분석 및 효과성 연구’에서 대학의 성희롱ㆍ성매매ㆍ성폭력 예방교육은 전체 교육대상 기관들의 평균을 밑돌고 있다. 또 성폭력 예방교육 교육 부진율에서도 9.8%를 기록, 전체 평균 1.4%를 크게 웃돌고 있다.

윤선영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 단장은 “미국에선 입학 오리엔테이션에 성범죄 예방교육이 필수다. 나중에 예산평가를 할 때 학생들을 위해 어떤 내용을 교육했는지, 몇 명이 들었는 지 등을 평가를 한다”며 “제도적으로 신입생들한테 폭력에 관한 교육이 필수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처리에 있어서도 교육부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학 당국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관리, 감시해야 대학들도 좀 더 신경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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