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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새로운 ‘태양 아래’ 당 대회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6일 제7차 조선노동당 당 대회를 시작했다.

북한은 1980년 10월 이후 무려 36년만인 이번 당 대회에서 6차 당 대회 이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총화하고, 향후 정책노선의 대강을 제시하는 한편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결정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 확립과 장기집권 토대를 확고히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당 대회에 앞서 김 제1위원장을 ‘21세기의 위대한 태양’으로 호칭하는 등 김 제1위원장을 새로운 태양으로 칭송하며 우상화의 강도를 높여 왔다.





또 2010년 제3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의 성격을 ‘노동계급과 전체 근로대중의 선봉적ㆍ조직적 부대’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으로 바꾼데 이어 최근에는 ‘영원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당, 김정은 동지의 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노동당이 김 제1위원장 사당임을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다. 세계 공산당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북한은 7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선언하고 근대 이후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한 삼대세습의 길을 고수할 것이 확실시된다.

북한의 폐쇄성과 경직성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 당 대회가 유독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최근 개봉한 러시아 출신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와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만스키 감독은 애초 북한과 러시아 당국의 허가를 받아 ‘조선소년단’에 가입하게 된 8살 소녀 진미와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평양 주민의 일상을 담으려했지만 북한 당국의 검열과 각색이 심해지자 우회적인 저항으로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홍용표 통일부장관, 한민구 국방부장관, 이순진 합참의장,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관람하기도 한 태양 아래는 92분의 짧은 러닝 타임이지만 보는 내내 몸과 마음이 오그라드는 불편함을 감내하기 어렵다.

영화에서는 촬영 도중 기자였던 진미의 아버지가 봉제공장 기사로, 식당에서 일하던 어머니가 두유공장 종업원으로 바뀌는 것과 같은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히 그려진다.

아버지가 일하는 봉제공장에서 한 여성 종업원의 150% 할당량 초과 달성은 재촬영 과정에서 200%로 수정되고, 진미네 가족들이 모인 밥상에서는 하루 먹어야 할 김치의 양이 100g에서 200g 사이를 아무 이유 없이 오락가락한다.

차라리 잘 짜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거나 먼 나라 이야기라면 웃음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다름 아닌 북한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불편하고 갑갑하기만 하다.

북한이 이번 당 대회를 앞두고 김 제1위원장의 영도 따라 벌인 ‘70일 전투’ 결과 공업생산액이 144% 초과수행되고, 공업생산이 1.6배 성장했다고 밝힌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또 하나의 태양 아래로 연출하려는 듯 보인다.

북한은 130여명의 해외 취재진에게 당 대회 취재는 허용했지만 정작 행사가 진행되는 4ㆍ25 문화회관 입장은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4ㆍ25 문화회관 주변은 사복경호원은 물론 무장경호원들까지 곳곳에 배치된 삼엄한 모습이었다.

분단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북한의 8차 당 대회, 9차 당 대회를 목도하는 것은 피치 못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당 대회를 통해 핵이 아닌 인민을 중시하고, 고립이 아닌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면 축하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아득히 멀기만 하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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