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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각한 미성년 성범죄 ①] 소용없는 특별법…왜 매번 솜방망이 처벌?
-현재진행형 미성년자 성폭력사건…끊이지 않는 증가세

-지난 10년간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는 69.4% 늘어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1. 사립대학 교수 주모(41) 씨는 2014년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난 김모(16) 양에게 성매매를 제안했다. 모텔로 가는 길에 주 씨는 별안간 차를 인근 공터로 돌렸다. 겁이 난 김 양은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주 씨는 김 양을 수차례 때리며 성폭행하려 했다. 주 씨를 밀쳐낸 김 양은 알몸으로 먼 거리를 달려 도망쳤다. 재판에 넘겨진 주 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초범이고, 범행 당시 김 양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벼운 형이 선고됐다.

#2. 초등학교 교사 박모(61) 씨는 지난해 2월 교실에 혼자 있는 11살 여학생에 다가가 유사성행위를 시도했다. 이밖에도 박 씨는 2013년부터 제자였던 9살, 10살 여학생 8명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가슴을 주무르는 등 여러 차례 추행했다. 박 씨는 재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초범인데다 피해학생 9명 중 8명의 법정대리인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점이 유리하게 참작됐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두순 사건’, ‘도가니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이 들끓자 특별법까지 제정됐지만 미성년 대상 성범죄는 매년 증가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4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총 9530건 발생했다. 지난 10년간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는 69.4%, 13~20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279.8% 늘었다.

같은 기간 ‘살인·강도·방화’ 등 성폭력을 제외한 강력범죄 발생 건수가 대폭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성년 대상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배경으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이상민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5개 법원에서 미성년자 대상 범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비율은 전체 24%에 달했다.

미성년자 대상의 성범죄는 증가세지만, 여전히 처벌은 가벼워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미성년자 성범죄 이미지.


그 대안으로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의 집행유예를 원천 방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2013년 발의된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법안은 16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강간이나 유사강간을 저지른 성인의 법정최저형을 현행 징역 5년에서 7년으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정형이 7년으로 높아지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줄일 수 있는 최대치인 절반까지 형을 낮춰도 3년 6개월이다. 현행법상 3년을 초과한 징역ㆍ금고형에는 집행유예 처분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아동ㆍ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국내법의 처벌수위가 해외에 비해 가볍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2013년 개정된 성폭력특례법에 따르면 13세 미만의 아동ㆍ청소년을 강간한 자는 최소 징역 8년에서 12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가학적이거나 상습적으로 범행한 경우 형이 더욱 무거워진다. 독일의 경우 성범죄자를 6개월에서 10년의 자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형법에 규정하고 있다.

이명숙 변호사는 “국내법에 규정된 형량은 몇 십년도 선고할 수 있는 수준이라 낮지 않다”며 “법원이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해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가벼운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엄벌주의식 여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법을 만드는 등 처벌 강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한다면 과잉 처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량이 높아지면 초범을 사회에 복귀시키고 상습 범죄자를 격리시키는 과정이 무너진다”며 “무분별한 전과자가 양상될 것”이라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범죄 형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미국도 여전히 범죄율과 재범율이 높다”며 형량을 높여도 미성년 대상 성범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재판부가 처벌 수위를 정할 때 아동ㆍ청소년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아동ㆍ청소년 성범죄 사건을 성인간 성범죄와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면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최란 사무국장도 “기계적인 양형이 아닌 피해자가 아동ㆍ청소년이라는 상황을 고려해 형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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