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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서 황산테러 한달 ①] 테러는 벌써 옛일…지구대 보안엔 ‘구멍’
-경찰서는 보안 강화 대책 마련

-지구대는 여전히 위험 노출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도심의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민원인에게 황산테러를 당한 사건이 있은지 한 달이 지났다. 허술한 경찰서 보안체계가 지적을 받았고, 경찰은 각급 경찰서를 중심으로 보안대책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민들을 가장 많이 접하는 지구대 경관들의 안전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달 4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전모(38ㆍ여) 씨가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모(44) 경사에게 황산을 뿌렸다. 경찰서 내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경찰서의 허술한 보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황산테러 사건 이후, 각급 경찰서는 매일 보안대책을 논의하며 각자 보안대책을 마련했다. 


황산테러 사건 이후 경찰서급에서는 보안대책이 강구됐지만, 아직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급에서는 시민들의 위화감 조성 문제로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직후 각급 경찰서에 보안 강화 지시를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서 정문에서부터 신원 확인을 철저히 하기 시작했고, 피의자를 동행할 때는 동의를 얻은 후 소지품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경찰서 안에서 모든 방문인에 대한 출입증 발급 절차도 꼼꼼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민과 접촉하고 있는 지구대와 파출소 경관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보안대책 지시 이후 경찰서 차원의 보안은 강화됐지만, 일선 파출소나 지구대는 가장 위험한 현장임에도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신성원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찰서나 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경우보다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더 많이 시달리고 있다. 외상관련 증상을 측정하는 사건충격척도(IES) 점수가 경찰서는 15.59점, 지방경찰청은 13.94점으로 나온 반편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 경관들에게서는 평균 17.69점으로 나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선에서 근무하다 보니 폭력에 노출될 확률도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경범죄처벌법이 강화돼 지구대 안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경우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게 됐지만, 여전히 처벌이 약해 지구대 내 난동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 중 부상을 입은 경찰관은 총 9519명으로 이 중 28.6%는 피습에 의한 부상이었다. 하루 평균 7.4명의 경찰관이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고 있는 것이다.

한 경찰 지구대 관계자는 “경찰서와 달리 지구대는 취객부터 민원인까지 하루에 수십 명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며 “이 중에는 경관의 멱살을 잡는 일도 있고 폭력을 행사하는 때도 있어 추가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지구대 경찰관들의 안전을 위해 물리적인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국의 사례처럼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 지구대 같은 일선 경찰관서의 데스크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해 물리적으로 공간을 나누고 있다”며 “시민들의 접근성을 생각하면 어려운 문제지만 경찰관 안전을 위해서 고려해볼만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지구대 입장에서는 가림막과 같은 안전장치가 오히려 문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자칫 위화감만 조성될 수 있다는 것. 안재진 영등포경찰서 문래지구대장은 “투명 가림막과 같은 안전장치가 있으면 일선 경찰관들의 안전은 보장되겠지만, 민원인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지구대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도 많다”며 “당장은 일선 경찰관들이 더 긴장하고 근무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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