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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어버이날 ①] “며눌아, 돈 보낼 필요 없단다”
-지갑 사정 빠듯하자 자식들 부담 점점 커져
-일부 부모 “선물 부담 느끼지 말라” 전화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3년차 직장인 안모(31) 씨는 최근 5월만 되면 다음달 카드값 걱정부터 하게 된다. 새내기 사회인으로 빠듯한 월급으로 챙겨야 하는 기념일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명 에잇포켓(8 pocket, 아이 한명에게 부모와 조부모에 이어 삼촌과 고모ㆍ이모까지 지갑을 여는 것)에 해당하는 안 씨는 어린이날 조카에게 7~8만원 상당의 선물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온 어버이날 선물 마련으로 평소 생활비의 3분의 1 가량을 쓰고 말았다. 안 씨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산다는 것은 너무 행복하고 좋지만 그만큼 줄어든 생활비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 경북 안동에 살고 있는 김모(64) 씨는 닷새전 서울에서 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 내외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 경영난에 임시공휴일에도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아들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아들 내외는 힘들게 사업을 이어가면서도 어버이날이면 무리를 해서라도 선물을 보내오는 것 때문에 그동안 마음이 불편했다”며 “올해는 어버이날 때문에 고민하지 말라고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지출에 가뜩이나 얇아진 어른들의 지갑이 더 얇아지고 있다. 가족을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한 지출이라지만 부담감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어버이날은 의미 있지만 빠듯한 지갑 사정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늘고 있다. 부모가 먼저 자식들에게 부담을 느끼지 말라고 얘기하는 게 요즘 세태의 일부다. 사진은 노인 이미지.

8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의 달 기념일 중 가장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기념일로 대학생과 직장인 모두 ‘어버이날(78.3%)’을 꼽았다. 부담이 느껴지는 이유로는 ‘선물과 용돈 등 경제적인 지출이 커서(60.8%)’라는 응답이 ‘선물 마련과 식당 예약이 번거롭게 느껴진다(9.6%)’, ‘그다지 마음에서 우러나지도 않는 선물과 인사를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9.5%)’,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 여행이나 식사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점(9.3%)’ 등을 제치고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2) 씨는 “일년에 하루인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이나 장인ㆍ장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갑자기 목돈이 들어가는 정도로 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어버이날 선물 및 외식비용으로 각각 평균 20만9000원과 평균 9만4000원의 지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5월에 몰려있는 각종 기념일과 경조사도 이들의 주머니를 더욱 허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 5일 어린이날을 지나고 나면 15일 스승의날이 기다리고 있고, 한 주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결혼 소식때문에 축의금을 쓸 일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최근 교육전문기업 휴넷이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들이 5월 기념일 중 지출할 총 예산은 평균 36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액에 해당하는 ‘30만원 이상~50만원 미만’이 29.1%, ‘50만원 이상~70만원 미만’도 11.5%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모님들 중에선 자녀들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어버이날 선물이나 용돈을 받지 않겠다고 먼저 나서 말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는 이모(76ㆍ여) 씨는 “사돈과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다보니 어버이날 선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고, 함께 자녀들에게 올해 어버이날 선물은 따로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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