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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어버이날 ③]‘어버이’의 성(性)이 위험하다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 A모(11) 양은 부모가 맞벌이를 하다보니 집에 혼자있는 때가 많았다. 빈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지겨워진 A양은 옆집의 박모(82) 씨의 집에 자주 놀러가게 됐다.

친할아버지 같았던 박 씨가 돌변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박 씨는 A양을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A양의 어머니에게 “난 그런 적이 없다. 모함하지 말라”며 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분명 범죄다. 다만 나이가 늘어 성 생활에 관심을 가지면 점잖지 못하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성적 욕구를 적절하게 표출하기 어렵다 보니 범죄화되는 측면도 있어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노인들의 외로움과 일탈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노인들은 활발한 성욕을 가지고 있지만 노화에 따른 신체적 한계 때문에 충분히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2012년 전국의 65세 이상의 노인 500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6.2%인 331명이 현재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5.4%는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해 배우자와 이별 또는 사별한 경우, 성적 욕구로 인해 불법의 경계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성 생활이 이어지다보니 성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 중 36.9%가 성병에 걸리기도 했다.

여전히 활발한 성생활에도 불구하고 그 만족도는 예전같지 않다. 김춘미 선문대 간호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64.%%의 노인들이 과거에 비해 성 생활의 만족감이 적다고 응답했다. 특히 남성 노인의 경우 불만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0%에 달했다. 


일상적인 성 생활에 만족을 하지 못하다 보니 자칫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른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 2011년 608명에서 2014년 1029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일반인이 저지르는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노인들이 저지르는 성 범죄는 강간과 강제 추행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다만 상대를 제압하고 성폭행을 하기 어려운 신체적 제약 때문에 강간의 비율은 13%로 27%인 일반인에 비해 적은 대신 강제추행은 80%로 65%로 비교적 높았다.

노인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해 성생활을 함께할 반려자가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강간과 강제추행, 유사강간 등 모든 성범죄의 경우에서 기혼자나 동거 중인 노인이 혼자 사는 노인이 저지르는 성범죄보다 2~3배 가량 많았다.

박숙완 경상대학교 교수는 “통상적인 성폭력 범죄는 현실적 자신감과 적절한 자기 통제가 결여돼 성적 충동을 이겨낼 인내심이 약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노인의 경우 노화과정에서 스스로 느끼는 소외감, 노년기에 발생하는 신체질환으로 느끼는 자괴감과 불안감이 범죄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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