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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500억 CEO 엄마’ 닮은 中초등생, 학원 대신‘10대 SNS’ 창업한 이유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중국에 ‘창업 모자(母子)’부호가 탄생했다. 어머니는 대륙 게임업계를 주름잡던 ‘샨다게임즈’ 최고경영자(CEO)출신이다. 6년 전 여성 전용 온라인플랫폼을 만들었다. 이제 열 두 살이 된 아들은 지난해 10대 전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업체를 세워 한껏 주목받았다. 
H3Y를 창업한 12세 소년 앨런

얼핏 보면 IT경영자 집안에서 자란 ‘금수저’가 어머니 돈으로 회사를 세운 스토리다. 그러나 이 소년의 창업동기는 단순히 사장님 대접을 받으려는 게 아니었다. 어머니는 자식의 학교 성적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걸 자랑스레 여긴다. 말 그대로 모전자전이다.

▶“우리끼리 소통할 공간 만들고파” 당찬 초딩의 포부=아직 학생 신분인 창업자의 이름은 앨런(Alan)이다.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언론 접촉 등 공개석상에서 이 영문명만 쓰고 있다.

창업 동기는 독특하지 않다. 오히려 평범하다. 하지만 목표가 확고했다. 지난해 12월 10대 전용 SNS 플랫폼 ‘헤이(H3Y!)’가 정식 출범한 배경이다.

앨런은 일부 중국 언론들이 “천재”라고 호들갑 떠는 것과도 거리가 있는 보통 소년이다. 오히려 천재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앨런은 “영화 ‘빅히어로6’에 나오는 천재소년이 부러웠다. 내 모습을 본 어머니가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완전히 우리 세대만을 위한 SNS를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털어놨다. 

H3Y 로고

그는 작년 3월부터 이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창업멤버 12명 평균 나이는 19세다. 그 중엔 앨런의 10살 짜리 동생도 있다. 모든 일은 어린 동업자들이 스스로 해냈다. 앨런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ㆍ기능개발 등 전 분야에 참여하며 팀원들과 소통했다고 한다.

▶‘편한’ 이름ㆍ쉬운 구성…사용자 급증=소년이 만든 앱은 이름부터 낯익다. 친한 사람을 편하게 부를 때 쓰는 ‘헤이’의 영어표현 HEY에서 땄다. 로고 글자의 가운데 3은 E를 바꿔 형상화 했다.

웹ㆍ모바일로 볼 수 있는 대표사이트 구성도 복잡하지 않다. 로고 옆엔 “당신을 표현하세요!(Express Yourself)”라고 쓰인 슬로건이 선명하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가 직접 만든 SNS 앱이 나왔습니다”란 알림 문구엔 재기발랄함이 엿보인다.

H3Y 사이트 화면

이 서비스는 철저히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거나 그들에게 도움이 될 콘텐츠로만 구성됐다. 동물 세계ㆍ주목할 과학기술ㆍ게임 등이 눈에 띈다.

가장 큰 특징은 손가락을 써서 단어를 입력할 필요가 없단 것. 글자를 사진으로 찍어 입력(검색)해도 사이트 내에서 다른 페이지로 갈 수 있다. 청소년 세대가 선호하는 편의성과 효율에 주력했다. 여타 SNS 전용 어플리케이션과 차별화한 점이기도 하다. 
H3Y 모바일페이지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염려하는 부모를 배려한 것일까.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 사이트 회원가입 시 부모의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는 란도 있다.

서비스 홍보 방식도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다. 입소문이다.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학교에 H3Y를 알릴 수 있는 홍보대사가 될 수 있다. 초등생 창업자의 ‘작품’에 동년배들은 적극적으로 호응 중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간 집계된 청소년 사용자는 20만 명을 넘겼다.

▶ ‘500억 부호’어머니의 남다른 교육관=그렇다면 앨런의 부모는 누구일까. 어머니 이름은 리위(李瑜)다. 바로 중국 샨다게임즈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인물이다. 샨다게임즈는 ‘미르의 전설’시리즈와 ‘드래곤네스트’ 등을 중국에 서비스한 업체다. 
샨다게임즈 로고

2009년 이 회사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던 시절 CEO를 지낸 리위는 한때 개인자산만 485억원(4200만달러)에 달했다. 최고의 시절을 보내던 리위는 돌연 사장직을 내려놓고 2010년 ‘상하이위롱네크워크’를 세웠다. 6년 만에 사용자 6000만 명을 넘어선 여성전용 온라인플랫폼 요우탄왕(優談網)의 모기업이다.

이같은 경험은 곧 리위의 교육관이 됐다. 아들 앨런에게 돈을 물려주는 대신 창업의 경험을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일까. 회사를 세운 아들은 어머니 조언보단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한 현지 매체는 “앨런의 어머니가 인기가수 등 스타를 이용한 H3Y마케팅을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했다”고 전한다.

대신 앨런은 “오히려 어린이들이 필수적으로 쓰는 제품과 우리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라며 스스로 짠 마케팅 모델을 밀고 있다. 지난 1월 그는 한 창업 관련 설명회에 나가 ‘다크호스 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앨런이 미래의 ‘슈퍼리치’가 되려면 넘을 산이 많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모두 수익으로 연결된 게 아니라서다. 작년 말 초기 투자금을 받은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또한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앨런의 어머니 리위 요우탄왕 창업자 (전 샨다게임즈 CEO)

그러나 리위는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아들이 성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년 연말, 앨런의 어머니는 “아들의 창업이 학업에 미칠 영향은 걱정되지 않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성적보다 중요한 건 인성이다. 지식은 학교나 학원이 아니라도 배울 수 있는 데가 많다. 사고력과 실천력 등도 마찬가지다. H3Y는 아이들이 창조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앨런의 창업을 지지한 이유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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