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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공화당, 마침내 ‘트럼프’에 무릎 꿇었다…아무도 예상 못했던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반란
[헤럴드경제=신수정ㆍ문재연 기자]흙탕물로 점철됐던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이 사실상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의 싱거운 압승이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은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맞붙는 대결 구도로 굳어졌다. 부동산 재벌과 첫 부부 대통령의 도전이라는 진기록 뒤에는 그러나 “가장 지저분한” “가장 인기없는” 대결이라는 오명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3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 주(州) 경선에서 오전 8시 29%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53.5%의 득표를 얻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상원의원을 가볍게 제치고 압승을 거뒀다. 크루즈 상원의원은 35.8%에 그쳐 트럼프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미 중동부 인디애나 주는 사실상 트럼프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 저지선으로 크루즈와 케이식이 연합전선을 펼치기로 한 곳이다. 이로써 트럼프는 ‘매직넘버 달성’과는 무관하게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꾀차게 됐다.

이날 트럼프의 인디애나 주 경선 압승으로 공화당은 참패를 당한 꼴이 됐다. 극우 선동가인 트럼프에 공화당 후보자리를 내줄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트럼프 저지 운동을 펼친 공화당 주류가 ‘아웃사이더‘의 반란에 보기 좋게 한 방 먹은 셈이된 것. 특히 트럼프의 대안으로 내세웠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경선 초반 트럼프에게 녹 다운을 당하고,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던 크루즈와 케이식 상원의원 등도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면서 160년 전통의 공화당이 몰락한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뉴욕주 경선이후 압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공화당 내 트럼프에 대한 생각도 점차 바뀌고 있다. 공화당 내 지지율도 최근 56%로 최고치를 경신했을 뿐 아니라, 공화당 연방의원들도 조금씩 트럼프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일부는 여전히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차라리 민주당의 클린턴 전 장관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크로스 보터’들도 있지만, 트럼프 대세론을 꺾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날 공개된 NBC 뉴스와 서베이몽키의 전국 단위 여론조사(4월25∼5월1일ㆍ공화당원 3479명)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5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에 비해 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2위 크루즈 상원의원의 지지율은 22%로, 격차가 무려 34%포인트에 달했다. 3위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지지율도 14%에 그쳤다.

지지율 격차가 역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지면서 크루즈 의원과 케이식 주지사의 중도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조사에서 크루즈 의원이 지금 당장(36%) 또는 늦어도 6월 마지막 경선 후(23%)에는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59%에 달한 반면, 경선을 지속해 7월 전당대회까지 가야 한다는 답변은 39%에 그쳤다. 케이식 주지사에 대해서는 지금(58%)이나 6월 마지막 경선 후(15%) 하차 답변이 무려 73%에 달해 경선 완주(26%) 응답을 크게 압도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일각에선 트럼프가 당 주류 진영의 반란도 어느 정도 진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당 주류 진영은 그동안 인종과 종교, 여성 차별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로는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노골적으로 트럼프 낙마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최근 들어 연방의원과 주지사 등 주류 인사들이 잇따라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는 등 확연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공화당 연방의원들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는 1%에도 못 미치는 11명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표지에 ‘트럼프 반대’라는 말을 내걸었던 보수성향 잡지 ‘내셔널 리뷰’는 최근 크루즈 의원에게 배정된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이 누그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에 줄을 서려는 의원들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제프 밀러(플로리다)와 빌 슈스터(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의 트럼프 지지선언은 ‘대선후보 트럼프’를 인정하려는 공화당 일각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사례로 풀이된다. 밀러 의원은 당시 성명에서 “워싱턴 정치권의 견고한 관료주의를 부술 유일한 사람”이라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같은 상황에서라면 트럼프가 자력으로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하냐와 무관하게 공화당 주류 내부에서 불협화음이나 파열음이 점점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유진 로빈슨 칼럼니스트는 이와 관련 “트럼프의 부각은 공화당에서 더 깊고 분명한 분열이 드러나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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