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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연휴가 뭐죠? ①] 무거운 가방 메고 학원 가야하는 초등생 아이들
-어린이날 황금연휴에도 학원에서 공부와 씨름
-학원 “연휴라고 쉬면 학부모들의 항의 빗발쳐”
-학부모들 “애들 공부가 먼저…같이 연휴 포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5월 6일 임시공휴일에 중3 영어ㆍ수학반은 쉬나요?”

“5~6일 정상 등원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머니. 중간고사 때문에 쉬었던 지난주에 나가지 못한 진도까지 나갈 예정입니다. 6일엔 2시간동안 보강도 있으니 꼭 참여하도록 지도해주세요.”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모(45ㆍ여) 씨는 모처럼 계획했던 가족여행을 취소하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오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며 이 씨 본인을 비롯해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까지 출근하지 않게 되자 뜻하지 않은 ‘봄휴가’를 맞아 국내여행을 계획했지만 중학교 3학년 아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정상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들의 특목고 진학 시험 준비가 본격화되는 여름방학 전 가족여행을 가려 했지만 아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연휴맞이 특강을 실시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며 “비슷한 환경에 놓인 주변 여러 사람들도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어린이 날 등이 낀 이번 황금연휴에는 학생들은 학교는 안가지만, 학원으로 달려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등학생들 역시 그럴 것으로 보여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4일 사교육 업계에 따르면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학원가는 불야성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학교가 쉬는 시간을 이용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내신 또는 입시 준비를 하겠다는 초ㆍ중ㆍ고교생부터 취업에 필요한 자격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대학생들까지 발길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내신과 외고 입시, 수능 등을 준비하는 보습학원들은 연휴 기간을 맞아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특강 등을 실시한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학원 운영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는 한모(44ㆍ여) 씨는 “지난 4월말엔 중간고사 기간 때문에 학원을 빠진 경우가 많았다”며 “쉰다고 학원비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면서 임시공휴일이라고 휴원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측에서도 쉬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임시공휴일이라는 이유로 학원을 쉴 경우 수강생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것을 경험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보습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52) 원장은 “지난해 8월 임시공휴일 당시 휴원했다 원생 학부모들의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시달리는 등 곤욕을 치른 적 있다”며 “예체능 관련 학원이라면 몰라도 보습학원의 경우엔 현실이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봄방학을 주기 위해 학원을 쉰다고 결정하는 용기있는 원장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노원구의 박모(55) 원장은 “월별 수업 횟수로 학원비가 책정된 입장에서 임시공휴일이 지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예정된 수업을 취소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특히 5월의 경우 각종 행사가 많아 이런저런 이유로 학원을 쉬다보면 예정된 진도를 맞추기에도 벅찬 경우가 많다”고 했다.

초등학생 대상 학원들의 경우 중ㆍ고교생 대상 학원에 비해 쉬는 비중이 높긴 하지만 예정대로 등원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초등학생 김모(10) 양은 “지금 다니고 있는 영어, 수학학원의 경우에도 5~6일에 정상 수업 대신 파티를 한다고는 하지만 예정대로 등원해야 한다고 얘기를 들었다”며 “친구들 중 학원 가는 애들 많아요”라고 했다.

이처럼 많은 학원들이 황금연휴 기간 동안 쉬지 않는 것에 대해 한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정부에서 학원총연합회 등에 임시휴강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민간분야의 경우 자율적으로 휴무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요가 분명히 있는 가운데 정부의 시책에 맞춰 무조건 협조하기도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연휴기간 동안 학원으로 발길을 향하는 것은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연휴를 통해 그동안 준비해온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학원을 찾겠다는 고학년 학생들이 많다.

대학생 안모(29) 씨는 “이번 연휴엔 취업에 필요한 토익과 영어 말하기 자격증 준비를 위해 학원 특강을 들을 예정”이라며 “어버이날도 끼어 있어 대구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을 만나뵐까 했지만 취업 준비가 우선인 것 같아 귀향을 포기했다”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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