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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전쟁때도 포화뚫고 공사…53억弗 대박 ‘대림산업의 힘’
이라크와 8년 전쟁중 근로자 잃어가며 천연가스공장 완공…
서방 제재때도 철수 않고 잔류, 깊은 신뢰감이 비결



1988년 7월1일 언론의 머릿기사를 타고 멀리 중동에서 비보가 날아들었다. 이란 남부 캉간 가스 정유소 공사 현장에 이라크 공군기 8대가 기습 공격해 한국인 근로자 1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란-이라크간의 8년간의 전쟁의 끄트머리에 애먼 제3국민이 희생당한 참사였다. 당시 건설사인 대림산업은 인명 피해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전쟁 중 외국 건설사들은 안전을 이유로 모조리 철수한 터였다.

이란 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한 이 공사는 험준한 암벽과 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734m의 고원지대에 천연가스 공장을 짓는 것으로 애초부터 험지 공사의 위험이 따랐다. 1984년부터 1990년까지대림산업은 포화 속에서도 공사를 책임있게 완수함으로써, 이란 측 사업주 뿐 아니라 중동 현지업체들에게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회사란 인식을 심었다.


대림산업은 이후 2010년 국제사회의 대(對) 이란 제재가 단행된 후에도 테헤란 지사의 인력을 철수하지 않았다. 지사나 인력을 빼지 않은 한국 건설사는 대림산업이 유일했다. 2009년 이전에 시작된 프로젝트의 잔여공사를 마무리 지을 수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와 미국에 양해를 구했다. 이와 관련 미국 의회 일각에서 반대 여론이 대두돼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발주처에 대한 신의성실을 지켰다.

이란 제재의 빗장이 풀리면서, 국내 건설사 중 대림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실제 대통령의 이란 방문과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림산업은 53억달러 규모의 이스파한~아와주 철도 건설산업의 가계약을 체결했다. 19억달러 규모의 박티라이 수력발전댐 공사에 대한 가계약에도 서명했다. 건설ㆍ토목ㆍ플랜트 등 부문별 각자 대표 4명이 이번 경제사절단에 참가해 두건의 가계약과 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건의 가계약액 규모는 대림산업이 1975년에 첫 진출한 이래 지난해까지 40년간 따낸 공사 수주 총액보다도 많다. 대림산업의 이란 공사실적은 1975년 5월 이스파한 군용시설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총 26건, 총 45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국내 건설사 중 최다다.

비록 가계약이지만 상호간 협의를 진행해 연내 본계약을 성사시킬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란 정상에 “한국 기업은 책임감을 갖고 어떤 역경에도 기한 내 (공사를) 완수하는 걸로 이란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이런 신뢰를 토대로 석유 생산, 운송 인프라, 정유 플랜트, 가스복합발전 등 자원과 에너지 인프라 개발 분야 전반에서 좋은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발언도 수주에 한 몫 거들었다는 평가다. 대림산업을 염두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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