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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진정성 안보이는 옥시 사과, 더 무거워진 검찰 어깨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영국 옥시 레킷밴키저가 공식 사과를 했다. 제품 판매 15년만에,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5년만이다. 그러나 피해자와 국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피해가 속출하고 유해성논란이 확산될 때도 외면하더니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뒤늦게 급조한 자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옥시측 사과의 대상은 칼날을 쥔 검찰이고, 영국 본사를 보호하기 위한 쇼라며 분노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결국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은 본사 임원 8명을 살인 및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옥시 애경 롯데마트 등 제품제조 및 판매기업들의 탐욕과 비도덕성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사람이 병들고 죽어간다고 하소연하는데도,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제품의 유해성을 점검하기는 커녕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항의글은 삭제했고, 민원전화는 외면했다. 건강을 위해 사용했던 제품이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앗아가리라고 상상조차 못했던 소비자로서는 억울하고 원망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현재 검찰은 옥시측이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판매한 것으로 보고있지만, 영국 본사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독성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쓰인 가습기 살균제는 한국에서만 판매됐다. 바이오사이드 안전관리제도로 인해 유럽에서는 판매를 할수 없는 유해한 제품이라는 것을 영국 본사도 충분히 인지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관련 부처 규정도 허점 투성이였다. 당초 PHMG는 카펫제조에 쓰이는 항균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유해성이 없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이것이 호흡기관련 제품에 쓰일 때는 전혀 상황이 달라진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증거다. 또 제품문제인지 건강관련문제인지를 놓고 환경부, 복지부, 산업부가 소관타령을 하는 사이 사태가 눈덩이처럼 확산된 면도 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긴밀한 업무협력이 필요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피해자와 시민단체, 일부 정치권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지난해에야 수사에 착수했다. 옥시외에도 애경과 애경의 제품을 OEM으로 판매한 대형마트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어야 마땅하나 검찰의 행보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수사당국은 이번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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