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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붕 물 새고, 교사 월급 밀리고… 무너진 ‘자동차 도시’의 공교육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자동차의 도시’로 불리는 미국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공립학교에 재정이 제대로 수혈되지 않아 학교 건물은 심각하게 노후화됐고, 급여가 밀린 교사들은 파업에 나섰다.

디트로이트 당국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공립학교 교사들이 2일(현지시간) ‘병가를 빙자한 파업(sickout)’에 돌입함에 따라 전체 97개 공립학교 중 94개가 문을 열지 않았다. 이곳에 재학 중인 4만5000명의 학생 대부분도 이날은 갈 곳이 없어졌다.

교사들이 ‘병가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공립학교 재정이 바닥나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 공립학교는 운영 채무만 5억1500만 달러(5800억원)에 달하며, 전체 채무는 30억 달러(3조4000억원)를 초과한다. 앞서 주정부에서는 4870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수혈한 바 있지만 6월말까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시간주 의회는 7억15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출처 = 디트로이트 공립학교 교사 Sarah Niemi 트위터]

노조 측은 성명을 통해 “미국에는 하루 일을 하면 그에 대한 급여를 받는다는 기본 합의가 있지만 디트로이트에서는 그러한 합의가 깨지고 있다”며 “교사들은 교실에 남아있기를 원하지만, 불행히도 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져 교실밖으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병가 파업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에서 북미 국제 오토쇼가 열렸을 때에도 80여개 학교의 교사들이 학교 시설의 노후화를 문제삼으며 학부모들과 손잡고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재정이 부족한 탓에 천장에서는 물이 새고, 체육관 나무 바닥이 뒤틀리는가 하면, 변기에는 앉을 수도 없을 만큼 시설이 망가졌지만 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나 밴드, 연극, 컴퓨터 수업 등 돈이 드는 수업은 사라진 지 오래다.

디트로이트의 공교육이 이처럼 파탄 지경에 이른 것은 시의 재정난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는 2009년 시 경제 근간이 됐던 자동차 회사 제네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사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재정난을 겪다 결국 빚을 다 갚지 못해 2013년 파산을 선언했다. 비록 2014년 12월 파산 상태를 공식 종료하기는 했지만 재정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대선 경선에서 미시간주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인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줬는데, 경제난에 분노한 백인들의 표가 쏠린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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