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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내 면세점 추가 4곳 신설]황금알 낳는 면세점 시대 갔다…무한 경쟁시대 돌입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추가 신설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4곳 신설로 결론났다. 정부가 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면세점 수를 대거 늘리면서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추가 신설로 인해 사실상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번에 4곳이 추가 신설되면서 서울에서만 시내면세점이 1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번 추가로 신설된 면세점 입찰에 작년 1, 2차 면세점 대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그룹은 참여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탈락업체인 이랜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면세점 제 3차대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면세점 4곳 추가…롯데ㆍSKㆍ현대백화점 참여=정부는 29일 서울 시내면세점 ‘3(대기업)+1(중소ㆍ중견기업)’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한류의 영향 등으로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기반을 마련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투자ㆍ고용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크루즈 해양관광과 동계스포츠 관광 지원을 위해 부산과 강원에도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설치된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받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이 꼽힌다. 두 곳 모두 지난해 특허 갱신에 실패해 상반기 내 폐점될 예정이지만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게 됐다.

이들은 신규 업체와 함께 입찰에 참여해야 하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두 곳 모두 오랜 면세점 운영 경험을 가진데다 바로 영업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역적으로도 기존 면세점들과 분산돼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롯데와 SK는 정부 결정을 반기며 월드타워점과 워커힐점을 내세워 입찰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태양의 후예’ 열풍으로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한류 바람과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 추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는 각국 면세점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SK네트웍스도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겸허하고 철저히 준비해 면세점 특허를 반드시 재획득함으로써 관광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및 내수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곳이 바로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면세점 대전’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지만 최근 재도전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사장은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워 신규 입찰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며 “현대백화점이 바잉파워(구매력)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명품 브랜드 유치는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면세점 유치전에 나섰던 이랜드 등도 잠재적인 후보로 꼽힌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결론내기 어렵다”며 “여러가지 상황을 살펴본 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랜드마저 이번에 펼쳐질 제 3차 면세점 대전에 참여하게 되면 다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사업 이젠 ‘무한경쟁시대’로=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왔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 대기업 3곳과 중소중견기업몫으로 1곳이 추가 신설되면서 사실상 면세점 사업자들의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일부에서는 1990년대 말의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정부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관광객의 쇼핑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내면세점 늘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림픽 직후인 1989년 모두 29곳의 시내면세점이 영업을 했다. 하지만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은 빗나갔다. 불과 몇년 만에 과잉공급된 면세점들이 휘청거렸다. 문을 닫는 면세점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1990년대 이후 시내면세점은 3분의 1가량만 살아 남았다. 그 당시 일본인 관광객들이 채웠던 면세점 수요도 자연스레 이름값을 못하는 내국인 전용 면세점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4곳 추가 신설로 인해 사업자가 대거 늘어남으로써 면세점 특허가 이익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여부와 신설 개수를 놓고 그동안 논란이 이어졌다.

롯데, SK, 현대백화점 등은 자유경쟁을 통해 면세점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반면 한화갤러리아, HDC신라면세점, 두산, 신세계, 에스엠면세점 등은 신규 면세점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면세점이 추가되면 과잉 경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하지만 신규면세점 사업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추가 신설로 인해 최대관심사는 과연 언제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느냐다.

관세청은 특허심사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대로 특허신청 공고를 게시하고, 4개월의 공고 절차 및 2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올해 말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폐점을 앞두고 있는 롯데와 SK는 최대한 빨리 입찰 절차가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폐점으로 인한 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 및 운영, 입점 브랜드 및 협력업체의 사업 계획, 외국인 관광객 유치 대책 등을 세우는 데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후속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월드타워점은 6월, 워커힐점은 다음 달 폐점 예정이어서 두 업체 모두 다시 기회를 얻는다 해도 한동안 영업중단은 불가피하다. 고용문제 등을 고려하면 최대한 공백을 줄여야 하는 처지다.

반면 신규 업체들로서는 시내면세점 추가를 최대한 뒤로 미뤄져야 유리하다.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작년에 문을 열었거나 올해 문을 열 신규 사업자들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신규 특허가 허용돼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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