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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답게가 뭐길래 ②]“할 말은 한다”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트럼프다움’의 키워드는?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누군가 트럼프를 공격하면 그는 10배 더 세게 반격한다.” 이달 초 멜라니아 트럼프가 자신의 남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경선후보에 대해 한 말이다. 여기엔 ‘트럼프 다운’ 모습이 모두 들어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한 마디로 가식과는 거리가 멀고,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 주류는 물론 미국 사회의 내로라하는 식자층들이 모두 트럼프를 깎아 내리고 있지만 트럼프는 파죽의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전국 지지도에서도 처음으로 지지율이 50%에 이르는 등 오히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이 대놓고 “수치스럽다”고 하지만 트럼프는 아랑곳 않는다. 여기엔 “Let Mr. Trump be Mr. Trump”(트럼프가 트럼프답게 행동할 수 있게 놔둬라)라는 트럼프 캠프의 모토가 약발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답게’는 트럼프 대세론의 핵심을 이루는 키워드다. 



트럼프다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직설적’ 화법이다. 할 말은 하고, 그것도 에둘러서가 아니라 직접 대놓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정치권이 시리아 난민 수용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반발이 고개를 들 때 트럼프는 주저없이 이민자를 향한 독설을 내뱉었다. 멕시코인 불법 이민자들이 마약을 들여오며, 성폭행을 저지른다며 국경에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했던 발언은 유명하다.

게다가 점잔빼는 일도 없다. 멕시코 등 이민자들을 미국에서 내쫓아야 된다느니 같은 말들을 내뱉는 데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열성팬들에게 트럼프는 터프하면서도 가죽 벨트를 계속 담금질하는 그런 카리스마까지 가진 사람으로 인식됐다. 정치적 수사로 애매모호한 발언들로 점철된 정치권에 ‘분노’를 느끼고 있던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라면 자신이 말한 바를 어떤 방해 공작에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도 뒤따랐다.

19세 타리오 밀스라는 한 여성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무엇을 원하면 그는 반드시 그걸 쟁취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싸워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의 권리(LGBT)를 원한다는 그녀는 트럼프가 LGBT와 거리가 먼 후보라는 사실에도 아랑곳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내가 트럼프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그를 지지할 것이다”고 말한다.

막연한 동경이지만 여기엔 ‘트럼프 다움’의 첫번째 키워드가 숨어있다. 보통 미국인(백인 남성)들이 하고 싶었지만 점잖을 빼느라, 착한 이미지에 갇혀있다 보니 하지 못한 말들을 트럼프가 속시원하게 대신 긇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가 하는 말이라면 모든 믿는다. 트럼프 만큼 진실한 사람도 없다. 자기몰두, 좌절, 그리고 무수히 절망하면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 본성이 트럼프 다움의 근본이라는 얘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에 대해 “트럼프 랠리는 팔팔 끓는 가마솥 처럼 인간의 가장 밑바닥 본성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는 그간 미국인의 환상에 덧칠돼 있던 ‘세계 경찰’ ‘아메리칸 드림’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 같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미국인의 환멸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먼저라는 트럼프 외교ㆍ안보정책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의 두번째 키워드는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할 인물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점이다. 그는 그의 기반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정치적 사안에도 적용시켰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방위 비용을 지적했다. 중국의 공세에 미국의 일자리와 무역이 위협받고 있다며 고율의 관세 부과를 거론하기도 했다.

사실 오늘날의 미국인들에게 세계의 경찰, 정의를 외칠 만한 여유는 없다. 우선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시원치 않은 판국에 세계의 경찰이나 정의니 하는 것은 가식이고 사치다. 굴지의 사업을 경영한 경험이 있는 트럼프야말로 미국을 경영할 수 있다는, 그리고 자신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환상(?)이 트럼프 다움의 또 하나인 셈이다.

게다가 반전의 매력도 갖췄다. 부동산 재벌이라는 지위 덕분에 ‘재벌 친화적’ 이미지가 강했지만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월가에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 중산층의 편에 섰다. 특히 그는 백인이라는 이유로 상대적 ‘강자’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가진 것 없는 백인 노동자층의 눈높이에 맞췄다.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소가 지난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의 지난 30여 년간 소득 수준은 정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미국의 1인당 중간소득은 1만8700달러(약 1950여 만원)로 1980년 이후 20%가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면 2000년 이후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그 사이 백인 엘리트 층이 이끄는 미국 금융시장은 2012년 기준 1조2423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백인들 사이에서도 극명한 양극화가 발생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 가운데서 자신과 비슷한 기득권 층을 보호하기보다 그 반대편에 선 노동자를 포용했다.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를 외친 것도 트럼프였다. 남의 나라 신경 쓸 시간에 미국부터 돌아보자고 외친 트럼프였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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