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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도크 비어가는 데’… 주말 상경투쟁 선택한 현대重 노조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도크가 비어갑니다. 도와주십시오”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은 지난 26일 직원 담화문을 발표했다. 내용은 절박했다. 일감이 줄어들고 있고, 도크가 비어가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일감확보를 위해 중국 조선소와 경쟁해야하며, 회사가 정상궤도에 오르기전까지 고통을 분담하자고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극렬 반대하는 ‘감원’ 계획은 발표에 없었다.

대신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근로 시간을 줄여 직장을 잃는 직원의 수를 줄여보자는 회사측의 자구 의지가 읽혔다. 담화문은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우리 일자리를 지키자”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5월 1일부터 휴일근무를 폐지하고, 연월차 사용을 의무화하고, 저녁 5시 퇴근을 의무화 하는 방안 등을 실시한다. 한달 무급 휴직 사용도 권장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3252억원의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10분기만의 일이다. 그러나 기뻐할 수가 없다. 영업이익의 절반이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벌어들인 것이고, 철판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이 흑자 전환의 원인이다. 앞으로 전망은 더 어둡다. 올들어 발주된 선박 물량 절반을 중국 조선소들이 받아 갔다. 올해 하반기에는 14기의 해양플랜트가 인도될 예정이다. 인도가 끝나면 도크가 비는 것은 시간 문제다.

객관적인 현대중공업의 현 상황은 정말 어렵다. 당장 망하진 않더라도 급격히 어려워 질 수 있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 곳이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측이다.

노조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회사가 어렵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크가 비어가는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는 “회사가 1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때 호텔, 병원에 투자했다. 자회사도 늘렸다. 지금 회사가 어려운 것은 경영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선박발주 감소, 천문학적 해양플랜트 부실 등 회사가 처한 어려운 대외 환경에 노조는 눈을 감는다.

그래서 노조는 선택했다. 이번주말 현대중공업 노조는 100여명의 노조원과 함께 상경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위기의 원인이 사측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외부에 알려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조는 29일과 30일에 서울역과 국회, 청와대, 각 정당의 당사 앞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그들의 주장이 다수로부터 동의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월급을 더받아야겠다고 주장하고, 유급휴가일을 확대하며, 우수 조합원 100명에 대해 해외연수를 보내달라는 요구는 억지스럽다.

회사와 노동자의 이해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현대중공업 노사에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다. 노조 관계자는 기자에게 “IMF 위기 때 금을 모아 국가를 정상화 시켰던 것이 우리 국민들이다. 그것이 한국인의 국민성”이라고 했다. 나라를 살렸던 그 힘으로, 현대중공업 노조가 현대중공업을 살릴 때가 지금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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