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관급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가 과실로 사망 사고를 냈다면 건설사와 해당 지자체 정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는 경기도 파주시 주민 김모(55) 씨 등 6명이 경기도와 D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사고 현장 도면 |
법원은 경기도와 D건설이 원고들에게 총 1억889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D건설은 2007년 2월부터 경기도 파주시에서 도로확장공사를 하면서 터널을 짓고 있었다. 이 회사는 이듬해 8월부터 계곡을 가로지르는 교량 공사를 위해 임시로 토사를 쌓아 계곡을 가로지르는 높이 9.5m의 둑을 쌓았다. 경기도로부터 이 공사의 승인도 받았다.
그러던 2011년 7월 27일 일일 강우량 337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건이 발생했다. 임시로 쌓은 둑 상류에 모인 물이 고이면서 수위가 계속 올라가다가 결국 터지면서 일시에 많은 물이 계곡 하류 쪽으로 쏟아졌다. 이 사고로 계곡 아래 있던 휴게소와 음식점 일부가 침수됐고, 음식점에 있던 어머니와 아들이 물에 휩쓸려 실종됐거나 사망했다.
이들의 배우자, 자녀 등 6명은 경기도와 D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
원고들은 “둑으로 인해 계곡 상류에 모인 빗물이 배출되지 못했고, 갑작스럽게 계곡 하류로 많은 물이 쏟아져 내려 김 씨와 최 씨가 숨졌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기도는 계곡의 관리업무를 맡고 있고, 건설사는 둑을 시공하면서 배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했어야 했는데 지름 1m정도의 흄관만 2개 설치하는 등 설치상의 하자가 있다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이었다.
1심 법원은 경기도와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계곡은 평소에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지역이었고, 10년 내 가장 많은 폭우가 쏟아지는 천재지변까지 예견해 대비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유족들의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피고 측 과실은 물론 원고 측도 잘못이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김 씨 등 6명에게 총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강우량 등 예상하기 힘들었던 기상상태와, 수해에 취약한 입지 조건에서 피해자들도 신속히 대피하지 못한 점(사망자나 실종자와 함께 있었던 다른 사람들은 신속히 대피해 살아남기도 했다) 등도 고려해야 한다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해 손해배상금을 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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