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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명 사건’처럼 잠적한 사람도 음주측정…‘위드마크 공식’이 뭐길래?
특정시점 혈중알코올농도 역추산하는 방식…100% 확신은 금물
일반적 기준 적용한 공식…법원도 사안별로 달리 판단하는 경향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지난 20일 개그맨 이창명(47ㆍ사진) 씨는 교통사고를 낸 뒤 현장을 벗어나 잠적, 음주운전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지난 25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 씨가 혈액검사에서)음주가 측정되지 않았더라도 목격자와 동석자 진술을 통해 음주 사실이 확인될 경우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드마크 공식이 향후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강 청장이 언급한 위드마크 공식은 술이 깬 상태에서 음주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은 운전자가 음주측정기에 숨을 내뿜는 방식이다. 피를 직접 뽑아 분석하는 채혈 방식도 있다. 그러나 뺑소니 사건 등 시간이 오래 지나 통상적인 음주측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위드마크 공식을 쓴다.

위드마크 공식은 스웨덴 생리학자 에릭 위드마크 박사가 만들었다. 보통 사람의 시간당 알코올 분해도가 0.008∼0.030% 라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방식이다. 마신 술의 양, 알코올 도수, 알코올 비중, 체내 흡수율을 곱한 값을 남녀 성별에 따른 위드마크 계수와 체중을 곱한 값으로 나누면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가 나온다는 것이 공식의 기본 원리다.

위드마크 공식에서는 통상 남성이 여성보다, 또 체중이 무거울수록 알코올 분해력이 높다고 간주한다. 물론 나이, 몸 상태, 함께 섭취한 음식 등에 따라 알코올 분해 시간에 개인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은 1986년 음주운전 단속에 위드마크 공식을 도입했다.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에 바로 응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 수치를 낮추거나 뺑소니 사건 용의자를 며칠이 지나 검거했을 때처럼 혈액이나 호흡으로 음주 측정이 어려울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위드마크 공식은 과학적 공식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술이 깬 이후 상황에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한 결과다. 때문에 법원은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한 수사 결과를 유죄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피의자의 동석자나 주점 또는 식당 업주를 상대로 피의자가 몇 시간동안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를 최대한 실체와 가깝게 파악해야 한다. 음주 후 혈중알코올농도가높아지는 ‘상승기’인지, 낮아지는 ‘하강기’인지도 고려 대상이다.

이밖에 술과 함께 안주를 많이 먹었는지, 평소 주량은 어느 정도였는지, 음주 전후 상태는 어떠했는지 등 필요한 거의 모든 상황을 따져 혈중알코올농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기준치를 넘었는지 확인한다.

2010년 10월 배우 김지수(44ㆍ여) 씨가 차량을 몰다 택시를 들이받고 현장에서 달아났다. 당시 경찰은 사고 다음날 김 씨가 출두해 조사를 했으며, 음주 조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났으나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위드마크를 적용해 다시 조사하기도 했다.

전 국민이 공분하게 한 충북 청주 ‘크림빵 뺑소니’ 사건도 피의자가 자수하고 나서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한 사안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고 후 도주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음주운전은 무죄로 판단했다.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 허모(38) 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많이 먹었고 물도 많이 마셨다는 동석자 진술, 체포돼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받았을 당시보다 사고를 낸 시점의 체중이 더 나갔을 개연성 등을 제시하며 검찰 주장을 기각했다.

‘음주 후 30∼90분 사이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시간당 약 0.008∼0.03% 감소한다’는 기준을 허씨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면 검찰이 위드마크 공식으로 특정한 0.162%보다 음주 수치가 훨씬 낮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피고인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사고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에 못 미치는 0.035%에 불과했을 개연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위드마크 공식의 유죄 증거 인정 여부는 사안에 딸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대법원 판례도 개별 사안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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