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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20억 변호사착수금 논란 국민신뢰도 10년전보다 추락“빽 있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법 지키면 손해 인식도 확산 전문가 “법조계 뼈깎는 자정을”
수감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20억 변호사착수금 논란
국민신뢰도 10년전보다 추락

“빽 있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법 지키면 손해 인식도 확산
전문가 “법조계 뼈깎는 자정을”





#.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여성 변호인 A 씨를 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정 대표가 “착수금 20억원을 돌려 달라”며 서울구치소 접견실에서 자신을 폭행했다는 게 A변호사의 고소 이유다. 정 대표 측은 A 변호사에게 준 돈이 ‘성공보수금’인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A변호사는 돈의 성격을 ‘착수금’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25일 ‘제 53회 법의 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법조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폭행의 진위보다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과다 수임료 논란이다. 작년 7월 대법원은 성공보수 약정 관행을 불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여기에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착수금 자체도 결코 상식적인 보수라고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는 조만간 진상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소위 한국 사회 ‘윗분’들의 씁쓸한 현주소를 접한 국민들은 분노와 허탈감까지 보이고 있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모습. 왼손엔 천칭(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천칭은 ‘약자에 강하지 않고 강자에 약하지 않은 형평성과 공정함’을 의미하고, 칼은 ‘실행돼야 하는 정의와 엄격한 형벌’을 상징한다.

1964년 처음으로 시작된 법의 날은 법의 존엄성을 고취시키고 국민들의 법 준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사법기관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져왔지만, 국민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거리감은 여전히 먼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김진환)이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각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인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10년 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경찰(24.9%), 법원(24.2%), 교도소(19.1%), 검찰(16.6%) 순으로 나타냈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검찰(51.6%)이 가장 높았고, 법원(41.6%), 경찰(36.8%), 교도소(35.6%)가 뒤를 이었다.

특히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경찰보다 아래로 떨어진 것은 충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4년 형사정책연구원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법원(56.4%), 검찰(43.3%), 경찰(37.2%) 순으로 국민 신뢰를 얻은 바 있다.

법집행의 공정성과 관련해서도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은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이 더 심한 처벌을 받는다’는 질문에 응답자 중 80% 가량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지난 2월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 국민법의식 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 사회의 준법 정신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50%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대답해 ‘잘 지켜진다’(49.5%)보다 많았다.

특히 법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더 강해졌다. 법제연구원이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추가설문을 한 결과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니까’가 42.5%로 가장 많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아서’(18.9%), ‘법을 지키는 것이 번거롭고 불편해서’(11.2%), ‘법을 잘 몰라서’(7.2%) 순으로 나타났다. 8년 전 같은 조사에서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니까’라고 응답한 비율은 34.3%였다.

전문가들은 법질서와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법을 통해 국민들이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사회에 대한 신뢰를 느끼는데, 이러한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 자체에 대한 불신 풍조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단기간에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는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양대근ㆍ고도예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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