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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는 서러워…] ‘올빼미 알바’ 두려움에 떨다
시급 높은 편의점·PC방 일자리
취객 희롱·모욕에 범죄 노출도


#1. 서울 노원구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편의점을 방문한 손님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이날 30대 남성 두 명은 오전 중 구매한 소주를 환불해주지 않는다며 A 씨에게 시비를 걸었다. A 씨는 영수증과 물품을 가져와야 환불해줄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남성은 아랑곳 않고 A 씨의 태도가 “재수없다”며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때렸다.

#2. 서울 영등포구 호프집에서 야간 근무했던 강현구(26) 씨는 고객의 성희롱 발언을 잊지 못한다. 강 씨는 맥주 서빙을 하던 중 술 취한 손님이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몸매가 좋다. 옆에 앉으면 돈을 꽂아주겠다”며 희롱하는 것을 목격했다. 손님은 이어 강 씨에게도 “야 쟤 몸매 죽이네, 쟤랑 잤지”라고 말하며 낄낄댔다. 강 씨는 지금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을까봐 아무말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이 한밤중 범죄위험으로부터 무방비하게 노출돼있다. 경찰청 범죄통계(2014)에 따르면 한해 동안 전국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강력, 폭력 사건은 6418건으로 몇년째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인천 부평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라 사실상 예방이 힘들다. CCTV를 설치하고 경찰을 부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계속해서 위험한 야간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실태조사(2014)에 따르면 야간근로를 하는 비정규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6.3%로 전년 대비 꾸준히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자료에서 이들 야간작업 종사자 중 대부분이 고령 및 청소년 근로자로 채워져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야간 아르바이트를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시급’에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야간근로자에게는 통상임금의 50%가 추가수당으로 지급된다. 2016년 기준 주간 최저시급은 6030원. 이보다 1.5배 높은 야간 최저시급은 9045원으로 주간 시급보다 약 3000원 정도 많은 수준이다.

윤용신 알바천국 사무국장은 “야간 아르바이트생은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다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은 야간 근무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야간 근로자는 밤에 생활비를 벌고 낮에 취업 준비를 할 계획인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오유현(20) 씨도 “살고 있는 원룸 월세가 30만원인데, 야간에 일하면 주간보다 20만원 정도 더 받아 월세 부담이 확실히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주취인들의 모욕적인 행동은 ‘몸빵’으로 참아 넘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야간 아르바이트 경험자들은 문제가 생겨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것이 야간 근로자의 공통된 처지라고 입을 모은다. 점주에게 손님과의 갈등이 알려지면 일자리를 잃을까봐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참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청량리역 근처 PC방에서 1년간 일한 김성우(29) 씨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은 주간 알바에서 밀려난 절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손님들이 죽고싶냐며 멱살을 잡고 위협해도 웃어야 했다. 90도 각도로 인사하며 사과한 적도 많았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실업난의 여파로 청년들이 기피업종으로 밀려나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별도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같은 현상을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이 생활비 부담 등 이유 때문에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시급이 센 아르바이트로 내몰리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을 통한 기존의 보호조치를 넘어 취약 노동계층을 위험한 근로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별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더 나아가 “규제를 통해 위험성이 큰 야간 일자리를 줄이고, 안전하고 질좋은 일자리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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