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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코올 중독 산모, 방치된 신생아…주민센터가 구했다
금천구, 태어난지 한달 아기 신속 대응으로 구해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이웃의 관심과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의 신속한 대응으로 위기에 처한 어린생명을 구한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금천구(구청장 차성수) 시흥5동 주민센터 복지담당에게 한 주민이 “자신의 집 세입자가 며칠 전 아기를 집에서 직접 출산하고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방임하고 있어 아기의 안전이 위태롭다”라는 내용으로 지난달 7일 긴박한 신고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시흥5동 주민센터 김찬수 복지1팀장과 김은희 복지플래너는 당일 현장으로 달려갔다. 산모는 술에 취해 있었으며 방에는 젖병, 기저귀 등 아기를 위한 용품이 하나도 없었다. 또 아기 아버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구청의 지원도 거절했다. 아기의 건강을 위해 긴급한 보호의 필요성있다고 판단한 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 상황을 신고했다.

전문기관의 조사결과 학대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해 아기를 부모와 분리조치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심각한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산모와 생활여건을 볼 때 아기의 건강과 안전이 매우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흥5동 주민센터는 구청, 경찰서, 주민 등과 함께 아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례회의를 개최했다.

동 주민센터는 즉시 내부사례회의와 통합사례회의를 개최해 이후에도 아기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동 주민센터, 구청, 경찰서, 이웃주민 등이 함께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김찬수 복지1팀장은 “당시 현장 상황으로는 아이와 산모를 분리해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시급해 보였지만, 분리 조치는 불가능했다”며 “대신 동 주민센터와 구청, 경찰서, 이웃 주민 등이 협력해 산모와 아기를 살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선 이 가정을 서울형 긴급지원 대상자로 선정해 50만원 상당의 아기 용품을 지원했다. 또 통합사례대상자로 지정해 간호사가 아기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구청 사례관리사와 통장 등도 정기적인 가정방문을 진행했다. 특이사항이나 위기상황 발생 시 민ㆍ관이 서로 내용을 공유해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정기적으로 가정방문이 진행되던 중 3월 30일 경 가정방문 중인 사례관리사와 우리아이 간호사가 만취돼 있는 산모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을 즉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으며, 이번엔 산모와 아기가 분리조치 됐다.

아기는 병원 이동해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결과 결막염, 뒤통수 골절, 심장비대증 등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다. 산모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검진 결과 아기 상태가 좋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조금만 더 일찍 검진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는 가정 형편을 고려해 아기의 진단 및 치료비 88만 원을 후원금 등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도록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아기를 위해 지상학 시흥5동장이 인우보증인으로 나서 출생신고 절차를 완료했다.

지상학 시흥5동장은 “앞으로도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최우선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유관 기관과 협력해 지역 주민의 안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주민 여러분들도 주변에 위기 가구 발견 시 주민센터에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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