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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력감축 칼바람 조선업… “무작정 日 따라하다간 미래없다”
30년전 日 구조조정이 반면교사

日 정부 주도 통폐합·생산감축
활황기 한국에 세계 1위 내줘

한국 ‘핵심가치는 살리는’ 수술
통합보다 주력업종 특화가 해법



“일본처럼 해서는 안됩니다. 조선업은 사이클을 타는데, 일본처럼 했다가는 활황기에 중국에 모든 것을 내주고 말겁니다”

대대적인 조선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업계 내에서 30년전 일본의 조선업 구조조정 사례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서 조선사들을 통폐합하고 생산능력을 감축하고 선박 표준화를 실시했다. 투자는 보수화됐고 비용은 절감했다. 그러다보니 활황기에 한국 조선업을 따라잡지 못했다. 한국 조선사가 세계 1등이 된 배경이자,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업계 내에서 자주 거론되는 ‘타산지석’의 교훈이다. ▶관련기사 18면

현대重 인력감축 ‘신호탄’= “적을 만들지 않고 모두의 기분만 맞추다간 필요한 일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면 내가 하면 됩니다”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은 지난 2007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0년 뒤인 2016년, 최 회장은 직원 10%를 감원하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오는 27일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내부 조직 개편과 직원 감원, 휴일 근무 폐지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 근무 인력은 울산 본사로 내려보낸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 21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을 만나 이번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권 사장은 “회생을 위해 노조도 오로지 회사의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중공업 뿐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초 정성립 사장의 기자간담회에서 1만3000명 수준인 직원 수를 1만명 가량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해둔 상태다. 속도와 폭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직원 감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시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를 진행중이다.

조선 ‘빅3’가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업황 악화가 이미 한계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조선 빅3의 지난해 영업적자폭은 8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현대중공업은 9분기 연속 영업적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조원이 넘게 손실을 봤다. 앞으로의 길도 험난하다. 당장 올해 하반기 예정돼 있는 인도물량이 적지 않다. 이는 곧 도크가 비는 상황을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시점이 곧 닥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중·일, 20년 격차說=일본은 1968년, 한국은 1988년, 중국은 2008년이다. 각국이 하계 올림픽 개최 년도가 그렇다. 조선업 내에서도 한국은 일본이 20여년전에 했던 일을 따라하고 있고, 중국은 20년전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때 했던 일을 추진중이다.

정부가 현재 조선업에 대해 가하는 ‘메스’는 일본판 구조조정을 닮았다. 삼성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하고 여러개로 쪼개져 있는 조선사들을 하나로 뭉쳐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수술 방향을 잡은 것이다. 1980년대 일본 정부는 61곳의 중견 조선소를 26개로 통폐합했다. 표준선 개념을 도입해 산업 경쟁력도 상실하게 됐다. 이 틈을 비집고 세계 1등 조선업이 된 것이 오늘 한국이다. 한국은 대형 도크에 집중투자했으며 지난 1999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위로 뛰어올랐다.

중국은 국가를 등에 업은채 무섭게 한국을 추격중이다. 중국은 대규모 선박 금융으로 조선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21일에는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이 중국 최초로 크루즈선 제작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7년에 건조를 시작해 2020년까지 총 10억달러 규모의 크루즈선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해운업에서도 중국은 중국 주도의 ‘오션 동맹(Ocean Alliance)’을 만들어 유럽 중심의 ‘빅2(M2)’해운 동맹에 도전장을 내놓은 상태다. 해운과 조선업의 중국발 지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조정은 하되 경쟁력은 유지해야”=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의 핵심 가치를 경쟁력을 유지에 두고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정부의 잘못된 구조조정이 산업 경쟁력 저하로 마무리 됐던 전례에서 배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양적인 구조조정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최악의 시황이 회복되면 우리가 규모를 줄인 만큼 향후 다른나라의 경쟁사가 해당 물량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 조선소별 특화 선박을 선정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진만 부산대 조선해양플랜트글로벌핵심연구센터 교수는 “업체별로 주력 업종을 특화시켜야 한다. 업체들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특화를 유도하는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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