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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노트북...10년만에 돌아온 색깔전쟁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모바일기기에서 ‘색깔전쟁’이 재현되고 있다. 무채색이 주력이었던 시기를 지나 최근에는 핑크와 골드 등 톡톡 튀는 색상이 덧입혀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기호와 성향에 따라 선택하는 색상이 이제 기업들에 실적을 좌우하는 또다른 전쟁터가 되고 있다.

진원지는 애플이다. 그동안 차분한 색상 위주로 선보였던 애플이 틀을 깨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일 로즈골드 맥북을 선보였다.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 6S에 처음 적용해 짭짤한 재미를 본 로즈골드를 노트북에도 채택한 것이다. 이는 블랙과 회색, 흰색 일색인 노트북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지난해 처음 내놓은 맥북 골드도 한동안 품귀현상을 겪었다. 



애플이 색깔공세에 나서면서 그동안 다양한 색상을 선보였던 삼성전자와도 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20일 프리미엄 전략폰 갤럭시 S7시리즈에서 핑크골드를 추가로 선보였다. 이는 지난해 가을 내놓은 갤럭시노트5에 처음 적용된 색상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애플의 색깔전략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재현된 색깔전쟁은 성숙기에 달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IT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S시리즈가 등장했던 2009년~2010년에는 검정과 흰색 등 무채색 계열이 주류를 이뤘다. 스마트폰시장 초기인만큼 보수적이고 고급스러운 색상이 주된 기조였던 셈이다.

그러나 5~6년새 스마트폰 기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디자인도 유사해지면서 색상이 차별점으로 떠올랐다. 업계는 메탈과 글라스 소재경쟁을 거쳐 색깔전쟁이 다시 불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IT시장에서 구매력이 커진 여성고객들도 이같은 추세에 한몫했다. 가전제품과 달리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항상 들고 다니는 만큼 소비자들 개성을 드러내기 쉬운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여성 소비자들의 경우 블루나 핑크, 골드 등 차별화된 색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파악됐다.

색깔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피처폰시대였던 2007년 삼성전자는 출시한달만에 10만대를 넘긴 컬러재킷폰을 비롯해 24가지색상의 ‘고아라폰’ 등을 출시해, 컬러폰 트렌드를 주도한 바 있다. LG전자는 2007년에 14가지 색상을 입힌 ‘컬러홀릭’을 선보인바 있다. 당시 휴대전화시장은 스마트폰이 막 나오기 직전 피처폰 디자인 경쟁이 색깔전쟁으로 옮겨붙던 시기였다.

스마트폰시대가 열린 이후 색깔전쟁의 포문은 애플이 열었다. 2013년 내놓은 ‘아이폰5s’가 계기다. 애플이 선보인 골드색상은 아이폰5s가 출시 사흘만에 900만대가 팔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차 출시국이었던 중국에서 골드색상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판매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당시 국내에서 점유율 5%로 밑돌던 애플에 반등기회를 줬던 것도 바로 골드색상이다. 이후 골드는 스마트폰의 대세가 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색깔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애플과 삼성, LG전자 등으로 경쟁구도가 짜여지고 있다”면서 “시장 성장 정체기에 제품 본연의 기능보다는 소비자 눈길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는 수단으로 색상을 택하는 단면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권도경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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