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상전벽해 요즘 이혼 ②] “외국인아내 결혼 첫날 도망”…한국인 남성도 괴롭다
-다문화가정 이혼상담, 2014년 한국인 남성이 여성보다 상담수 많아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아내는 지방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로 반 년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을 해서 생활비에 보태는 것도 아닙니다. 무조건 본국에 있는 자식에게 전부 송금합니다. 이혼을 하자고 했더니 본인의 일이 끝난 후에 해주겠다는 핑계만 대며 나를 피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40대 한국 남성)

“태국 여성과 7년 전 결혼했는데, 처음부터 갈등이 심했습니다. 1년이 지나고 아예 별거를 했습니다. 집을 나간 후 안마 등을 배우며 불법 행위를 했는지 경찰에서 연락이 와 내가 가서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이혼을 해야 할까요?”(50대 한국 남성)

가출한 외국인 아내 때문에 상담을 하는 한국인 남편이 늘고 있다. 사진은 불화 이미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이하 상담소)에 접수된 다문화가정 이혼상담 내용이다. 20일 상담소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이혼 상담을 한 이후 최근 남편의 이혼 상담이 급증했다.

상담소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의 이혼상담 747건 중 한국인 남편이 상담소를 직접 방문한 건수는 381건(51%)으로 외국인 아내가 방문한 건수 366건(49%) 보다 더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이혼건수는 전국적으로 6998건이었다. 서울 지역 이혼 건수는 1335건이었으므로 이중 절반이 상담소를 거쳐간 셈이다.

통계를 작성한 2006년 한국인 남편 상담은 14명(전체 다문화 가정 이혼 상담의 14%)에 불과했다. 2014년 381명으로 27.2배 증가했다. 같은 시기 외국인 아내 상담자는 104명에서 366명으로 3.5배 느는 수준과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다.

한국인 남편들은 주로 아내의 가출, 생활양식 및 가치관 차이로 많이 힘들어 한다. 외국인 아내가 가출해 잠적할 경우 남편은 혼인생활 파탄에 따른 정신적 충격 뿐 아니라 소개소에 지불한 결혼비용, 혼인 무효나 취소, 이혼 소송 진행에 필요한 비용 등 금전적 손실도 떠 안아야한다.

상담소를 찾은 50대 남성은 “몽골 여성과 혼인신고 후 아내가 입국했는데 공항에서 친구들을 따라서 잠시 어디로 다녀오겠다고 하고 그대로 연락을 끊었다”며 “혼인을 무효로 하고 싶은데, 뭘 하든 소송을 제기해야하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상담소에 따르면 다문화 부부는 한국인 부부에 비해 갈등 유발 요인이 많다.

한국인 부부는 남편과 아내의 나이 차가 1~2살 정도가 대부분인 것과 달리 다문화가정은 남편의 나이가 아내보다 17~30세 많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초졸 이하 학력이 한국인 부부는 남편(7.4%)이나 아내(7.6%)가 비슷했으나, 다문화 부부는 남편(10%), 외국인 아내(5.1%)로 두 배 정도 차이가 났다. 재혼 비율도 한국인 가정은 15.5%인 반면 다문화 가정은 38.7%로 높은 편이다.

상담소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은 부부간 나이 차이와 교육 격차로 인해 세대 갈등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재혼이 많아 전혼 자녀와의 문제, 양육비 지급 문제 등 갈등요소가 크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큰 점은 특히 심각한 갈등 요인으로 꼽혔다. 고정적인 월수입이 없는 경우가 한국인 가정은 남성이 58.9%, 여성은 76.5%지만, 다문화가정은 한국인 남편이 64.5%, 외국인 아내가 92.4%로 높았다. 한국인 남편의 69.3%, 외국인 아내의 88.5%는 보유재산이 아예 없었다. 한국인 남편의 불안정한 월수입과 빈곤한 경제 상태는 젊은 외국인 아내에게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할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20대 베트남 여성은 “6년 전 남편이 능력 있는 사람인 줄 알고 한국으로 결혼해 왔지만 알고 보니 직장이 없었다”며 “간신히 잡은 일자리도 금새 그만 두고 매일 술만 마시며 행패를 부린다”고 하소연했다.

상담소에 따르면 외국인 여성 상담자가 이혼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정 폭력’(28.7%), ‘경제 갈등 및 생활무능력’(16.1%), ‘성격차이’(11.9%) 등이다.

상담소는 기본적으로 “외국인 아내들 가운데 혼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수월한 한국입국을 위한 수단으로 국제결혼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인 남편은 외국인 아내를 평생의 반려자로 여기기보다 노부모 병수발, 성적 대상, 일손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다문화 가정 이혼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