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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전벽해 요즘 이혼 ①] 80대 할머니도 “남편이랑 못살겠다”…이혼, 더 늙어간다
- 고령화 추세 속 60대 이상 노년 ‘이혼 상담’ 10년 전보다 4.5배↑

- 70대 비율 급증, 80대는 남성 상담자가 더 많아져

- 독거노인 등 사회 문제 우려…“노후소득보장체계 강화 필요”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1. 80대 김모 할머니는 최근 남편과 이혼을 결심했다. 국가유공자인 남편은 매월 나오는 300여만원의 연금 가운데 50만원을 김 할머니에게 생활비로 주고 있다. 그런데 그의 의처증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할머니의 지출내역을 일일이 검사하고 수시로 소지품을 뒤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적은 생활비에 평생을 쪼들려 살았던 김 할머니는 얼마전 남편에게 손찌검까지 당한 뒤로 “이제라도 이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지역의 상담센터를 찾았다.

#2. 70대 이모 할아버지는 과거 동생의 빚보증을 잘못 서서 큰 돈을 날린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아내는 모든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돌리고 남편을 없는 사람 취급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자신에게 말도 하지 않고 몇개월씩 여행을 떠나는 일이 잦아졌고 대화도 단절됐다. 이 할아버지는 법률상담센터 직원에게 “이혼을 바란 건 아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얼마라도 내 몫의 재산을 찾고 싶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부부들의 이혼 연령대도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혼이혼을 넘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인구까지도 이혼을 고민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헤럴드경제DB]

부부 간 불화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


한국가정법률사무소(소장 곽배희)에 접수된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한국의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부부들의 이혼 연령대도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황혼 이혼(20년 이상 결혼생활 이후에 이혼하는 것)을 넘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인구까지도 이혼을 고민하는 비율이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혼 노령화 추세로 인해 독거노인 등 각종 사회 문제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가정법률사무소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이혼 사유로 직접 센터에 와서 면접 상담을 받은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2004년 250명에서 2014년 1125명으로 4.5배 가까이 급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여성이 558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남성이 205명으로 뒤를 이었다. 10년 전에 비해 여성은 3.1배, 남성은 5.5배 늘어났다.

70대는 이혼 관련 상담이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난 연령대로 조사됐다. 70대 여성의 경우 10년 전 20명에서 179명으로 9배 가량 증가했고, 남성은 6명에서 146명으로 무려 22배가 급증했다.

80대에서는 오히려 남성 상담자가 여성 상담자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 특이점으로 꼽힌다. 제작년 80대 남성 상담자는 22명으로 같은 연령대 여성(15명)에 비해 7명이 더 많았다. 2004년에는 80대 남성과 여성 상담자가 각각 2명, 6명에 그쳤다.

사유별로 보면 노년 여성은 남편의 폭력과 폭언, 경제갈등, 외도 등을 주요 이혼 사유로 꼽았다. 노년 남성의 경우에는 장기별거, 아내의 가출, 외도 등의 비율이 높았다.

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정불화가 있어도 ‘참고 살자’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더 중요시되면서 이혼 상담을 하는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0년 2363건이었던 황혼이혼은 2014년 들어 3만3140건까지 급증했다. 황혼이혼이나 사별 등에 따른 독거노인 증가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은 전체 노인에서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7.8%에서 2035년에는 23.2%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한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독거노인이 독립적이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노후소득보장체계 강화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4년 가정법률사무소에 접수된 총 1만6084건(전화ㆍ순회 상담 등은 제외)의 면접 상담 가운데 이혼상담이 6516건(40.5%)으로 가장 많았고, 부부갈등(2333건ㆍ14.5%), 파산(1191건ㆍ7.4%), 유언ㆍ상속(1010건ㆍ6.3%), 양육비(610건ㆍ3.8%) 관련 상담이 뒤를 이은 것으로 조사됐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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