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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를 위한 실천 ②] ‘왜’라는 질문이 잠깐의 수고로움 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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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지난 2013년, 환경부가 전국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탄소발자국 기록장, 지구를 위한 나의 실천’ 공모전 수상작의 일부분이다.

에너지 절약을 실생활에서 실천한 어린이들의 후기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을 외면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케 한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나는 것, 분리수거를 하는 것, 전기 플러그를 꼽는 것 등 ‘사소한’ 실천은 아이들에게마저도 번거롭고 힘든 일이었지만, ‘왜?’라는 질문은 곧 잠깐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게 만든다. 인간의 무분별한 에너지 낭비로 지쳐가는 지구를 위한 행동은 결국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위한 일이라는 것에 그 누구도 반문하지 않는다. 

[사진출처=123RF]

내가 아닌 제 3자를 위한 마음은 여유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쁘고, 내가 힘들 때 굳이 다른 것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미션이다. 지구를 위한 실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인류가 쌓아온 문명의 혜택이 주는 편안함을 포기하고 애써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살으라는 조언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힘든 일상이다.

매해 4월 22일 찾아오는 ‘지구의 날’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나 하나 먹고 살기 힘든 365일 중 단 하루, 지구의 의미와 지구를 지키기 위한 인간의 책임이라는 공통과제에 대해 전세계가 뜻을 함께 하는 날, 잊고 살았던 지구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날, 그리고 지구를 위한 실천에 각오를 다져보는 날.

물론 그 실천들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매일매일이 지구의 날인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한 가지씩 실천키로 했다’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쓴 한 수상작은 이렇게 이어진다.

“학교 등굣길에 보이는 쓰레기 줍기, 밥 먹을 때 먹을 만큼만 먹고 잔반 남기지 않기(빈 그릇 운동), 빈방에 불 끄고 가기,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 빼기, 엘리베이터를 탈 때 닫힘 버튼 누르지 않기, 가까운 층은 걸어서 가기 등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진출처=123RF]

▶‘지구’의 의미를 되새기다=지인 중 한 명이 말했다. 룰(rule)을 지키는 것은 ‘순수함’에 비례한다고. 규칙의 빈틈을 알게 되고, ‘나 하나쯤’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룰은 흐트러진다. 떠올려 보면 초등학생 시절, 물 잠그기, 불 끄기 등 학교에서 배운 사소한 ‘지침’들도 심각하게 지켰던 기억이 나기는 한다. 내가 하는 실천들이 결과적으로는 대의를 위해서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침들은 곧 번거로운 일에 그치고 만다.

다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도 계기는 필요했다. 196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 발생한 해상 기름유출사고가 그 것이다. 사고 후 미국의 상원의원 게이로 닐슨은 이듬해 4월 22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일환으로 ‘지구의 날’을 만들 것을 주창했다. 이어 당시 하버드 대학생이었던 데니스 헤이즈가 연 첫 행사에 2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참했다. 민간의 주도로 태어난 지구의 날은 올해로 마흔 여섯번째를 맞는다. 지난 약 반세기의 노력은 전세계 약 180여개의 국가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실천에 뜻을 모으는 날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부터 민간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매년 지구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지구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의 슬로건은 ‘지구를 위한 나무’다. 지구의 날 네트워크(earthday network)는 지구의 날 50주년을 앞두고 78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대형캠페인을 시작했다. ‘왜 나무인가?’라는 질문에 답은 이렇다. 나무는 지구를 살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나무는 우리가 늘 마시는 공기로부터 유해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약 1년 동안 1에이커(acre) 규모의 성숙한 나무들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자동차가 2만 6000여 마일을 달릴 때 내뿜는 그것과 동일하다.

나무를 심었을 때의 결과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나무는 잎과 기둥을 통해서 이산화탄소뿐만이 아니라 각종 냄새, 질소산화물, 암모니아와 같은 오염가스들을 흡수하고 정화된 공기를 내뿜기 때문에 우리가 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에 나무가 가져다 주는 각종 자원들, 식품과 에너지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역, 더 나아가 국가의 자산이 될 수 있다. 곧 나무를 심는 것이 반드시 ‘지구를 위한 실천’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진출처=123RF]

▶의미있는 ‘작은’ 변화가 지구를 살린다=앞서 말했듯,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전지구적 과제를 위해 개인에게 행동을 강요할 수는 없다. 출발은 개인의 의식변화, 그리고 뒤따른 실천에서부터다. 지구를 위한 나무를 심자는 구호에 지인과 함께 동참하는 적극적인 행동은 매우 좋은 움직임이지만 더 필요한 것은 사소한 실천의 지구를 위해서는 의미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세계자연기금이 말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10가지 팁’을 보면 환경보호가 반드시 적극적인 운동에만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팁은 다음과 같다. 새 비닐봉투를 받아오지 말고 에코백을 가지고 장을 보러 간다. 쓰지 않는 옷가지, 신발, 책 또는 장난감을 기부센터에 가져 간다. 한번 사용한 편지봉투의 주소가 쓰인 곳 위에 종이를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 재사용한다. 사용한 식품병 및 그릇을 씻은 후 저장용기로 사용한다. A4 용지 폐지를 4등분해 자른 후 모아 스테이플러로 메모장을 만들어 사용한다. 쓰레기에 창의력을 더해 키친 타올을 다 쓰고 남은 종이 봉으로 펭귄을 만들어 본다. 음료 페트병을 비우고 씻은 후 학교용 물병으로 사용한다. 재활용품을 마당으로 가져가 빈 달걀박스, 플라스틱 컵, 또는 요구르트 통 바닥에 구멍을 뚫고 모종용 용기로 사용한다. 그리고 빈 플라스틱병이나 요구르트 통을 이용해 새 모이통이나 새집을 만든다.

아주 구체적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재활용’, ‘기부’에 대한 이야기이고, 재활용과 기부는 곧 무분별한 자원의 낭비를 경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WWF가 지난 2014년 내놓은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의 매년 소비하고 있는 생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1.5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당장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의 스마트폰, 컴퓨터를 움직이는 동력은 소비된 자연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들어가면 ‘탄소배출 절감’이라는 과제가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를 줄이는 것은 곧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일로 이어진다. 우리가 소비하는 거의 대부분의 것은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실천은 또 다시 우리가 소비하는 자원을 절약하는 것에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인의 1년 탄소 발자국은 4억 9000만톤으로 추정된다. 5g의 종이컵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는 11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120억개 종이컵 생산을 위해서 7만톤의 펄프가 필요하고 운반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나무는 5000만 그루에 달한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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