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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좌홀우짝 서동남북’ 국가백년대계 도로명주소 -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
왜 주소를 바꿔 불편하게 만들었냐는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동(洞)명칭이 주소에서 없거나 도로가 너무 길어 찾는 곳이 어디쯤에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에서 도로명주소로 목적지 검색이 여전히 쉽지 않다고도 한다.

우리가 여태껏 사용해 온 지번주소는 일제가 우리 토지를 관리하고자 붙인 관리번호를 그대로 사용해 온 것이다. 주소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기관ㆍ단체의 생활이나 경제활동의 근거가 되는 곳이다. 사람이 거주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곳은 ‘땅’이 아니라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광복 이후 복잡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새 주소체계로 정비하지 못하고 지번 주소를 써 왔다. 그러다 보니 한 필지에 한 건물이 있던 당시와는 필지의 빈번한 분할과 합병으로 지번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3번지 옆에 4번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39번지, 197-21번지가 있는 식이다. 또 하나의 큰 필지에 건물이 여러 채가 있는 경우 모든 건물이 같은 지번을 쓰기 때문에 지번으로는 그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는 곳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 결과 집배원과 같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지번주소로는 목적지를 찾아가거나 물건을 배달하는데 애를 먹었다.

또한 60년대에 비해 인구는 2배, 우편물량은 6배, 자동차는 350배, 해외방문객은 520배나 증가하면서 지번주소의 비체계성 때문에 교통ㆍ물류비용이 더 많이 늘어났다. 이런 지번주소의 비체계성과 국제화의 흐름이 맞물리면서 20년 전 1996년에 도로명주소 도입이 결정됐다. 그 후 서울 등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2007년 도로명주소법이 제정됐 2011년에 전국의 도로명주소가 결정ㆍ고시됐으며, 2014년 1월 1일부터는 공공부문에서 사용이 의무화되었다.

도로명주소는 처음 접하게 되면, 지번주소와 체계가 다르고 특히 동(洞)이 없어 생소하고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도로명주소는 아주 과학적으로 부여돼 있어 원리만 알면 찾아가기가 정말 쉽다. 도로명주소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구성돼 있다. 도로 크기에 따라 큰 도로에는 ‘~대로’를, 중간 도로에는 ‘~로’를, 작은 도로에는 ‘~길’을 붙였기 때문에 명칭만으로 도로의 너비를 알 수 있다. 건물번호는 도로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면서 왼편에 있는 건물에는 홀수 번호를, 오른편 건물에는 짝수 번호를 붙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소는 나만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사용자다. 그래서 주소는 공공재이기도 하다. 타인이 내가 있는 곳을 가장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설계돼야 하는 사회적 제도이다.

현재 일본을 제외한 세계 대다수의 나라가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배송지로 도로명주소를 넣어야 하고, 해외여행을 가면 지도 한 장 들고 도로명주소로 관광지를 찾아가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을 보면 가이드가 없는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관광지를 제대로 찾아가도록 하려면 그들에게 익숙한 도로명주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백년 만에 주소체계가 바뀌다보니 익숙해서 편하게 느껴지던 지번주소보다 생소해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직도 남아있다. 행정자치부에서는 인터넷쇼핑 등에서 도로명주소 검색 불편을 개선하기 위하여 국가주소정보시스템(juso.go.kr)에서 도로명주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6000여개 기업과 기관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또 전문가, 일선 업무담당자들로 전담팀을 꾸리고 700여명의 서포터즈 등 국민의 의견을 들어 계속해서 보완ㆍ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마음을 열고 사용하면 모두가 편리한 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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