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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이 바꿔 놓은 日]‘갈라파고스 경제’ 늪에 빠뜨린 것도, 구제한 것도 모두 지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일본 버블경제 붕괴와 등장한 신조어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다.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일본 전자제품이 세계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내수 경제에 고립된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공교롭게도 갈라파고스의 경제는 일본 버블 경제의 종언의 해를 알리는 해이자 한신ㆍ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 이후 부상했다.

지진은 이른바 일본의 ‘갈라파고스 화’를 촉발한 하나의 요인 중 하나다.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자동차 네비게이션 하나도 위치를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인 면에서 굉장히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쓸데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미국과 유럽 네비게이션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렸다.

갈라파고스 논란을 낳은 일본 경차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 통신은 과거 일본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90%이상이 일본 브랜드이며, 그 중에서도 초경량 자동차는 일본 외 다른 곳에서 팔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별나게 좋은 연비에 다양한 신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해외의 일반 초경량 경차에 비해 너무 작거나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진이 빈발하게 발생하다보니 내구성을 신경쓴 결과였다. 


‘익스팬션 조인트’ 기술로 지진의 충격을 흡수한 구마모토 시의 아파트
[자료=요미우리 신문]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도 등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은 “인도에서 연간 100만대의 사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며 “반은 경차지만 일본처럼 엔진 600cc가 아니라 에어컨 사용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배기량을 800~1000cc로 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축은 빈번한 지진으로 인해 ‘갈라파고스화’ 된 대표 산업이다. 강진이 발발할 경우 일주일 사이 100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는 환경 속에서 일본 건물은 규모 7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가 됐다. 반으로 쪼갠 듯 지진충격을 그대로 흡수해 분리시키는 ‘익스팬션 조인트’를 사용한 일본 구마모토 시의 한 아파트는 일본 건설사의 기술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일본의 지질환경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 진입했을 때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본을 갈라파고스의 늪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지진’이었다.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방사능 공포까지 일본을 지배했지만, 아베 내각은 일본 특유의 집단적 응집력을 이용해 경기도약에 일정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엔저효과’를 통해 일본 수출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일본의 ‘갈라파고스화’ 논쟁을 극복했다.

엔저는 중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 제조산업 수출을 활성화시켰다. 비록 효과는 2015년 중국 경기 둔화로 다시 마이너스 세로 돌아섰지만 후쿠시마 사태로 곤두박질쳤던 도쿄 증시는 2012년 7월 집권초기보다 30% 상승했다. 2013년 5월에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사상 최고치인 1만 6000선을 기록했다. 갈라파고스화와 지진으로 소비가 위축되자 아베는 실물경제가 아닌 금융경제를 이용해 재기를 노린 것이었다. 실질적인 수출물량이나 실질 소득을높이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일차적으로 경기 활성화를 위한 환경구축에는 성공한 것이었다. 2011년 동일본 지진 당시에도 일본의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이 무너져 33%를 자랑하던 일본 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25%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1년 사이 일본 빅 3 자동차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대지진 전과 비슷한 수준인 32.7%까지 회복했다.

구마모토 지진을 계기로 아베노믹스를 도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상황은 좋지 않다. 블룸버그는 19일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 경제의 적신호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소비세 인상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날 여론의 54%가 아베노믹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65%의 응답자는 아베의 재난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지지율도 2%포인트가 상승했다. 금융정책을 필두로 한 아베노믹스는 실패했지만 부흥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갈라파고스화에서 금융경제 발전까지, 일본의 경제를 움직인 지진이 이번에는 일본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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