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지진이 바꿔 놓은 日]2차 피해에 멍든다…이코노미석증후군에 노로바이러스까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일본 구마모토(熊本)현 등 규슈(九州) 지역을 강타한 두 번의 강진과 500여회가 넘는 여진이 일본인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극도의 스트레스와 지진으로 순식간에 도시 기능이 무너지면서 이코노미클래스 중후군, 노로바이러스 등 2차 피해가 일본의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간접적인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본인들의 삶 깊숙히 파고 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구마모토 강진 이후 이례적으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피난소를 나와 자동차 안으로 숨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극도의 공포감 속에 좁디 좁은 자동차 안에서 장시간 있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NHK에 따르면 차내 생활을 계속하던 중 가슴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최소 18명에 달한다. 교도통신에 의하면 제생회(濟生會)구마모토병원에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진단을 받은 50∼60대 여성 3명이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항공기 일반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심한 경우 혈액 응고로 사망하기도 하는 증상을 말한다. 중태에 빠진 이들은 여진을 피하기 위해 좁은 자동차 안에서 생활하다가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피난민들을 진단한 하키모토 세이지 교수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종아리의 정맥에 생긴 혈전이 폐에 흘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니시우에 가즈히로 의사는 “자동차 안에서 피난생활이 장기화 되면 중증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차안에서 숙식하고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1시간에 1회씩 다리를 움직이는 등 혈액순환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구마모토현 아소(阿蘇) 시의 대피소에 머물던 77세 여성은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급성심부전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평소 고혈압 등의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여성의 사례는 재해의 물리적 영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재해 후 정신적 고통 등으로 인한 사망을 의미하는 ‘재해 관련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와 함께 강진 발생 이후 ‘라이프라인’(lifeline)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노로바이러스 등 전염병도 피난민들을 이중고에 빠뜨리고 있다.

NHK와 구마모토시에 따르면 현재 3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구마모토시립 지하라다이고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한 남성이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여 병원 진료를 받은 결과 노로바이러스 환자로 판명됐다. 같은 날 시립 구스노키중학교의 대피소에 있던 남성 한 명에게서도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특히 전기, 가스, 수도, 통신, 수송 등 주민이 도시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핵심기능인 라이프라인이 무너지면서 2차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NHK와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구마모토 현 내 약 3만4700가구가 정전을 겪고 있으며, 27만 가구에는 수돗물 공급이 끊긴 상태다.

한편, 재해 시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시점인 72시간 골든타임(19일 새벽 1시 25분)이 경과한 가운데 실종자 구조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희생자 수도 사망자 2명이 추가로 확인돼 총 44명으로 늘었다.

한 자위대원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토사에 휩쓸린 집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어디에 사람이 있는지도 모른다”며 “피해는 광범위해 수색에 어려움이 있지만, 가능성이있는 곳은 파 들어가 한시라도 빨리 발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해로 무너진 가옥 등에 고립된 피해자의 생존율은 발생 72시간을 분기점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 일본 한신(阪神) 대지진 당시 고베(神戶) 지역에서 구조된 생존자 733명 중 72시간 안에 구조된 사람이 90%에 달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