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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하 합의 실패, 유가 재폭락 위기…그 중심에 선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자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유가 반등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던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산유국 회의. 합의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 중심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장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위 계승 서열 2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가 있었다.

왕자는 회의 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참여하지 않으면 산유량 동결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뿐만 아니라 사우디는 수요만 있다면 일일 산유량을 100만배럴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이란이 동결에 참여하지 않을 뜻을 밝히자 왕자는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사우디의 강경한 태도로 산유국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자료=www.awdnews.com]

지난 21년간 사우디 석유 정책의 중심에 섰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왕자의 부상으로 한 발짝 밀려나게 됐다. 왕자가 석유 정책의 주요 인물로 떠오르기 전만 해도 그는 이란의 동참 여부와 관계없이 동결 결정을 이끌어낼 뜻을 내비쳤다.

걸프 인텔리전스의 매니징 파트너 션 에버스는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사우디 석유 정책은 이제 확실히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수중에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자의 강경책은 유가 재폭락을 이끌었다. 합의 실패 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뉴욕거래소에서 전거래일보다 장중 6.7%까지 떨어져 배럴당 40달러선이 또 다시 붕괴됐다. 브렌트유 가격도 시간 외 아시아 거래에서 6% 넘는 낙폭을 보이는 등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로써 40달러선을 회복했던 유가는 30달러를 향해 내리막길을 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1월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사우디가 이란을 염두에 둔 강경책을 이어나갈 경우 당분간 합의는 요원하다. 이란은 지난 1월 서방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점유율 재확보와 경기 부양을 위해 산유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달 초 내년 3월까지 산유량을 일일 400만배럴까지 올리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올해(2016년 3월20일∼2017년 3월19일) 정부 예산상으론 원유 수출량이 일일 225만배럴에는 이르러야 한다”면서 “이 정도 양을 수출하려면 하루에 400만배럴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유율 경쟁은 물론, 이란과 외교관계까지 단절하며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우디가 쉽게 물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로써 산유국들은 다시금 저유가 속 재정위기와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합의 무산을 주도한 사우디의 상황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우디는 사상 최대인 약 114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긴축에 돌입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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