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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각장애인 SW개발자가 만든 안경…눈이 된 인공지능
[HOOC=이정아 기자] ‘당신과 마주 앉은 사람이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어요. 이 사람은 40대 남성으로 보입니다’ ‘길거리에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는 소년이 있어요’ ‘노란 원반을 던지고 있는 치마 입은 소녀가 있어요’

빅데이터로 사물을 분석해 판독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은 눈을 감아도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컴퓨터가 대신 보고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물을 추론해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기술은 시각장애인들의 눈과 발이 될 수 있었죠.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최근 공개한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씨잉 AI(Seeing AI)’은 보는 인공지능입니다. 이 앱(모바일 소프트웨어)과 연동된 전용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물의 형태와 종류, 각종 문서의 글자를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앱은 대화하는 상대방의 표정과 감정까지 읽어내 실시간으로 전하기도 합니다.




씨잉 AI 앱을 개발한 사크비 샤이크는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MS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영상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7살 때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웠고 지난 10년 동안 MS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일했죠.

누구보다 시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던 샤이크. 그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앱을 개발했습니다. 종업원이 가져다준 메뉴판 근처에 스마트폰을 들이대 화면을 잡아내면 그 메뉴를 음성으로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앱은 메뉴 화면을 어떻게 하면 카메라에 제대로 담을 수 있는지 스마트폰 방향까지 정확하게 안내합니다. 글자를 인식해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가 똑똑하게 진화한 덕분입니다.

“제가 만든 소프트웨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이렇게 빨리 AI 기술로 구현 가능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는 그는 이렇게 전했는데요.

'씨잉 AI' 앱은 사용자 주변에서 있는 사람들의 연령대나 옷차림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그 행동까지 인식할 수 있다.

MS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에어폴리‘도 미국 항공우주국 에임즈 연구센터(NASA Ames Research Center)와 협력해 인간이 접하는 주변 상황을 영상으로 인식하고 이를 말로 설명하는 앱을 개발해왔습니다.

이 앱을 통해 사용자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약 5000개 유형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눈앞에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집안, 사무실 상황까지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딥러닝을 통해 탄생한 인공지능은 이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 단단히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딥러닝은 더 이상 인간이 기계에게 세상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관한 데이터를 집어넣어주면 알아서 분석하고 판단해 추론을 해내는 것이죠. 이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으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벗어나는 시대가 더 빨리 다가오길 희망합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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