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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항할 권리’로 시작한 호세프, ‘저항할 권리’에 끝나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 나라 국민은 모두 저항할 권리가 있다.” 지난해 3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당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자신의 반정부 활동 경력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그 저항할 권리에 호세프는 지금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있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호세프에 대한 탄핵안이 결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탄핵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상원 투표와 대법원의 탄핵 심판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태어나 반정부 게릴라를 거쳐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그의 인생이 또 한차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호세프는 1947년 브라질 어머니와 불가리아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법률가와 기업가로 성공했던 아버지 덕에 유년 시절을 유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마음 편히 안락한 생활을 즐기기에는 시대 상황이 엄혹했다. 1964년 움베르토 카스텔로 브랑코 장군이 일으킨 군사쿠테타로 20여년간 이어진 군부 독재 와중이었다. 호세프는 마르크스주의 게릴라 조직에 투신, 20대 청춘을 반정부 활동을 위해 불태웠다. 1970년 붙잡혀 옥고를 치렀는데, 그곳에서 구타는 물론이고 온몸에 전기 고문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2년여간의 수감생활이 끝난 후 호세프는 총을 놓고 책을 집어들었다. 합법적인 정치 투쟁으로 노선을 전환한 것이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경제통화론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리고 1980년 현 집권 노동자당(PT)의 전신인 민주노동당(PDT) 창당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경제학 지식은 그의 정치 활동에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그는 1986년부터 2002년까지 지방정부의 재무국장과 에너지부 장관 등을 지냈다. 또 2003∼2010년 국영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특히 2001년 노동자당에 입당해 룰라와 인연을 맺은 일은 그가 정치적으로 한계단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가난한 소작농 집안 출신이었던 룰라는 부잣집 딸이었던 호세프와는 출발점이 달랐지만, 호세프를 오른팔로 두고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룰라 당선 이후 호세프는 광업ㆍ에너지부 장관과 대통령 실장을 역임하며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또 2005년 6월에는 수석장관인 정무장관에 기용돼 5년 가까이 재직했고, 2010년 대권까지 거머쥐게 됐다.

정치에 입문한 뒤 줄곧 승승장구하던 그였지만 집권 5년여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스캔들이 직접적 계기다. 이 회사 납품ㆍ공사 수주와 관련해 막대한 뇌물이 오갔고, 이 중 일부는 여당 정치인에게 흘러갔다는 폭로 이후 정권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이 회사의 회장을 지낸 호세프도 화살을 피해갈 수 없었다. 페트로브라스가 호세프의 대선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여기에 저유가로 경제가 추락하면서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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