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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낯선 ‘루살카’ vs 익숙한 ‘사랑의 묘약’ 선택은?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지만 동시에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우리는 종종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때론 친숙한 것을 쫓으며 안정감을 얻는다. 두 본능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가치관을 세우고 인생의 즐거움을 얻는다. 우리나라 대표 오페라단인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오페라단은 2016년 시즌을 열며 두 갈래 길에 서 있다. 낯선 작품으로 호기심을 자극할 것인가, 익숙한 작품으로 입맛을 만족하게 할 것인가.

국립오페라단은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4월28일~5월1일)를 선택했다. 체코에서는 거의 매년 공연될 만큼 자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는 단 한 번도 공연된 적 없다. 이 작품을 과감하게 세운 이유는 국민의 오페라단을 만들겠다는 김학민 단장의 의지대로 오페라의 대중화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루살카’ 연습장면.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작품 자체는 낯설지만 줄거리가 친숙해서 거리낌 없이 볼만하다. 체코판 인어공주라 불리는 ‘루살카’는 안데르센 동화나 디즈니 영화 속 인어공주 이야기와 비슷한데, 모두 독일 작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사랑한 물의 정령 루살카와 그녀를 사랑한 인간 남자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다.

이번 공연이 더욱 호기심을 끄는 건 체코 오페라를 국내 제작진의 손으로 만든다는 점에서다. 최근까지 국립오페라단은 핵심 제작진을 외국에서 공수해오는 형태로 작품을 꾸렸다. 겉모습만 ‘국립’이고 엔진은 ‘수입품’이었던 상황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다. 연출가, 지휘자, 디자이너 등 국내 제작진이 언어 장벽 없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공연의 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오페라단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익숙한 선택을 했다. 국내에서 이미 수차례 공연된 도니체티의 유명 오페라 ‘사랑의 묘약’(5월4일~8일)을 올린다. 벨칸토 오페라다운 화려하고 재치 있는 선율로 가득한 이 작품은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진한 맛이 우러나온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와 무대, 의상 디자이너가 구한말 시골풍경 같은 동화적 느낌의 무대를 구현한다.

‘사랑의 묘약’ 연습장면. [사진제공=서울시오페라단]

갈등을 빚으며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가 많은 작품 사이에서 흔치 않은 희극으로 기쁨을 안기는 오페라라는 점에서는 신선한 바람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가정의 달을 겨냥한 만큼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한 승부수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두 공공오페라단은 어떻게 대중의 관심을 끌어 예술을 사랑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 앞에 항상 서 있다. 이번 공연을 투자성향에 비유하자면 국립오페라단은 공격형, 서울시오페라단은 안정형에 가까운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관객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낯설거나 친숙하거나, 어쩌면 둘 다 본능을 충족하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양쪽 모두 투자에 성공한 셈이다.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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