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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아이 소풍, 선생님도시락 제가 싸야 한다고요?
-학교 임원인 초등생 학부모들 특히 고민 깊어져
-담임선생님 도시락 싸고, 운전기사 간식도 챙겨
-“정(情) 나눌 뿐, 큰 부담 아니다”의견도 있지만
-‘조공도시락’ 용어 나오면서 학부모카페 논란도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봄소풍과 현장 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4월 중순의 학교 분위기에 학부모들의 마음은 부산하다. 자녀가 회장, 부회장 등 임원인 학부모는 특히 촉각이 곤두서 있다. 소풍을 가게 되면 담임 선생님의 도시락과 간식, 기사 아저씨들 먹을거리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고 음식에 자신이 없는 학부모들은 돈을 모아 고급 도시락을 맞춰 보내는 게 일상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엄마들은 수학여행을 갈 때 동행하는 선생님의 먹을거리도 다 챙겨야 하고 비용을 분담을 하기 위해 상당한 돈을 거두기도 한다. 아이들이 즐거워야 할 소풍이지만, 수학여행이 임원을 맡고 있는 학부모들에게는 어찌됐든 부담이 되고 있다. 물론 선생님 도시락이 비용상 큰 부담은 되지 않고, 또 학부모로서도 정(情)을 나누는 것이기에 당연하다는 부모들도 상당수 있다.

18일 학부모단체와 학부모 카페에 따르면, 소풍과 체험학습 수학여행이 시작되면서 선생님 도시락을 놓고 학부모들의 고민은 쏟아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A 씨는 “아이가 임원이 돼서 선생님 도시락을 싸야 한다. 선생님은 아이 도시락 싸면서 한 줄 더 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선생님 취향에 안맞는 건 아닌지, 다른 반 엄마들이 마련한 도시락에 비해 초라하면 어떡하나 무척 신경쓰인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B 씨는 “학무모들 부담이 크다고 해서 선생님 도시락은 단체로 맞추지만 과일이나 간식, 음료 등은 학부모들이 준비해야 한다”며 “인터넷에서 예쁜 도시락 용기와 포장지를 주문해 놨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선생님에게 보내는 도시락을 두고 ‘조공(朝貢) 도시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아이들을 잘봐달라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예물을 바친다는 뜻에서 붙어진 말이다. 초등생 학부모 C 씨 역시 “워킹맘인데 선생님 도시락까지 준비하려니 고민된다. 아이는 아침에 김밥을 사서 보내곤 했는데 선생님 도시락을 어떻게 해야할지. 다른 엄마들은 선생님들은 파는 도시락을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한다”고 했다.

이같은 학부모의 걱정을 반영하듯 온라인에서 ‘조공도시락’, ‘선생님 소풍 도시락’ 전문업체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학교에선 학급이나 학년, 학교의 학부모 대표ㆍ임원을 통한 불법 찬조금 관련 민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학부모 D 씨는 “학부모회장이 소풍 때 선생님들 초밥 도시락을 싸야 한다며 각반 총무 학부모들에게 3만~5만원 씩을 걷겠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했다”며 “학부모회에서 활동을 하려면 무조건 10만원 씩을 내야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학교 불법 찬조금과 촌지 수수를 없애기 위해 공익제보센터(1588-0260)를 통한 제보를 당부하고, 특별 점검에 나서고 있다”며 “9월말부터 시행되는 청탁금지법에 따라 금품을 제공한 학부모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학부모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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