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전화로 대뜸 지인 사칭…수천만원 뜯은 ‘세 치 혀’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구인 광고에 게재된 연락처로 무작위 전화를 건 뒤 지인을 사칭하며 돈을 뜯은 50대 사기범이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같은 방식으로 여성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뜯은 혐의(사기)로 장모(50)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작년 9월부터 최근까지 무작위로 자신이 걸은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에게 ‘한국을 방문하는 재일교포 재벌 회장 아들의 가이드를 해주면 대가를 주겠다’고 꼬드겨 총 9차례에 걸쳐 11명으로부터 6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의 사기 수법은 ‘세 치 혀’만으로 범행하는 보이스피싱과 다름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먼저 그는 구인 광고를 낸 연락처를 보고 공중전화를 이용해 전화를 걸은 뒤 남성이 받으면 전화를 끊고 여성이 받으면 비로소 ‘작업’을 시작했다.

피해 여성들이 전화를 받으면 장씨는 대뜸 지인이 장난을 치는 듯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고 물은 뒤, 여성들이 “누구 아니냐”며 지인의 이름을 대면 바로 그 사람인 척 하는 방식으로 지인을 사칭했다.

장씨는 피해자들이 자신을 해당 지인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사업 차 만나야 할 재일교포 재벌 회장 부자(父子)가 1박2일 동안 서울에 오는데 가이드 해줄 만한 여성을 소개해주면 1000만원 안팎의 수고비를 주겠다”고 꼬드겼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이 가이드 해 줄 여성을 섭외하면 장씨는 “재벌과 함께 다니려면 강남의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하고 명품 등 화려한 차림을 해 줘야 한다”고 말하며, 선물 구입 비용 등을 합쳐 몇 백만원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1000만원 가량의 수고비를 보내 줄 터이니 그 전에 선물 비용 차 300~600만원을 가이드를 맡아줄 여성의 계좌로 보내라고 하며 의심을 피했다.

장씨는 그런 뒤 가이드를 맡기로 한 여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물로 준비한 귀금속과 현금 등을 택시에 실어 보내면 호텔에 미리 갖다 놓겠다”고 속여 이를 가로채 달아났다.

피해자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현금과 물품을 장씨에게 보낸 것은 즉시 입금해주기로 약속받은 가이드의 대가가 훨씬 컸기 때문이었다.

장씨는 범행을 위해 매일 수백 통씩 공중전화를 이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돌렸고, 전화를 받은 피해자가 자신을 믿기 시작하면 의심을 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계속 전화를 걸며 범행했다.

그는 지난 2013년에도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질러 구속됐다가 지난해 9월 초 출소했고, 감옥을 나온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범행에 손을 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장씨에게 속은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