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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판 ‘테러방지법’ 나오나…도청 대상 확대ㆍ녹음 의무화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가 수사의 녹음ㆍ녹화를 의무화하고 통신감청 가능 대상을 확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등 개정안 심의에 들어갔다. 겉보기엔 수사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지만, ‘테러 방지’를 이유로 도청 허용대상을 확대해 시민에 대한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테러방지법’의 탈을 쓰고 민간에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15일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가 전날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녹음ㆍ녹화를 의무화하고 사법 거래(유죄 인정을 조건으로 형량 협상에 나서는 것) 도입, 통심감청(도청)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등의 개정안을 심의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법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제 3자의 참관이나 동의없이 마약 반입 및 총기 소지 등 4가지 유형의 중범죄 용의자의 통신기록을 감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법안은 중범죄뿐만 아니라 사기, 절도 등 9가지 유형의 범죄도 포함해 법원의 허가나 제 3자의 참관 없이도 용의자를 사찰하거나 도청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자민당의 이와키 미츠히데(岩城光英) 일본 법무상은 “조직적인 테러범죄를 정확히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입맛에 따라 조직 범죄에 관련됐다고 추정하는 인물을 무작위로 도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야케 신고(三宅伸吾) 자민당 의원은 “도청 자료가 수사기관에 의해 변조되는 것을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수시기관의 권력 남용을 우려했다. 이에 법무성은 “암호화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록이 바뀔 수는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진당의 오가와 토시오(小川敏夫) 의원은 “남용 방지책이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와 올해 3월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 사태를 의식해 법안 강화에 나섰다. 특히, 오는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방지를 위해 검찰과 경찰의 권한 강화에 나섰다. 해당 법안은 본래 지난 2010년 당시 후생노동성 국장과 전 사무차관을 수사하던 검찰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개혁과정을 거치게 됐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한 테러로 법안이 추가됐다는 것이 아사히의 설명이다.

일본 변호사 연합회와 시민단체는 사법 거래의 도입하고 검ㆍ경의 도청 허용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내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폐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변호사 연합회는 경찰과 검찰의 조사과정을 모두 ‘시각화’하겠다는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실제 ‘모든 조사과정’을 시각화하지 않고 있다고 반대했다. 조사의 모든 과정을 녹화ㆍ녹음을 하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조사과정 일부만 녹음ㆍ녹화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8일 ‘도치기 현(栃木) 여아 살인사건’ 재판과정에서 법정에 증거로 제시된 영상은 피고가 최초로 범죄를 자백 장면 등 모든 조사과정이 녹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용할 수 있는’ 근거로 채택돼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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