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언니브리핑] 총선을 바라보는 3가지 시선

<안철수 진심캠프를 거쳐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출입했던 20대 기자가 그 취재 경험을 20대와 공유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기사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짤과 반말을 사용했습니다. 그 이상의, 이하의 의미는 없습니다.>


[HOOC=이정아 기자ㆍ이영돈 인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한 마디로 뉴욕양키스의 레전드 요기 베라의 말을 떠올리게 한 선거였어. 여론조사 기관들은 4·13 총선을 코앞에 둔 순간까지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얻고 더불어민주당이 많아야 100석을 차지할 거라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막상 개표함 뚜껑을 열어보니까 반전의 반전. 여론조사 결과가 틀려도 한참을 틀린 거야. 국민의 심판은 무서웠고 선택은 냉철했던 거지.

여소야대(與小野大·여당 의석보다 야당 의석이 많다)

오오, 그런데 그것이 실제 일어났어. 제1여당이 그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초유의 결과. 그 책임을 물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선거가 끝나고 처음으로 열린 새누리당 대표회의에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어.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당직자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회의는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입장을 내놨을까.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0대 국회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고만 했을 뿐,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같은 언급은 하지 않았어. 박근혜 대통령의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 화법이 다시 등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야. 이번 선거는 국민과 불통하고 일방 독주했던 박근혜 정부와 친박과 비박 간 최악의 공천 싸움을 벌였던 집권 여당을 향한 회초리였는데 그 책임은 쏙 빼고 이야기를 했으니까.

아무튼 선거가 끝나긴 끝났는데 마치 관객이 사라진 텅 빈 축제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말야. 더민주가 진짜 이긴 게 아니라 새누리당이 진 거라는 사실. 더민주가 원내 제1당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정당투표율에서는 국민의당에게 밀렸다는 사실. 그리고 국민의당이 선방한 건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정당을 달리 선택한 유권자가 많아져서 얻은 반사이익(이라고 쓰고 개이득이라고 읽는다)이라는 사실 때문이야.

그래서 다시 정리하면, 이번 선거의 포인트는 세 가지로 정리돼.
① 더민주 승리가 아닌 새누리의 패배
② 등 돌린 호남민심=국민의당 반사이익
③ 대구·강남 새누리 텃밭에서 일어난 반란

일단 ①번 부터 간단히 설명. 새누리당의 참패. 그런데 더민주가 잘해서 이긴 것이냐, ‘그게 아니올시다~’라는 게 중론이야. 왜 그렇냐고? 사실 이번 총선처럼 정책 대결이 실종된 선거판도 드물었거든. 이번 총선에선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무상복지 공약 경쟁조차 없었어.


새누리당은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용렬하기 짝이 없는 집안싸움을 선거 직전까지 이어갔고. 민생이 아니라 단지 내 편인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밀어 넣기 위한 친박과 비박의 싸움은 집권 여당의 교만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바로 그 자체가 됐지. 국민 내팽겨두고 밥그릇 싸움할 땐 언제고 선거가 닥치니까 여당 후보들이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는데 말이야. 국민들은 심드렁한데 후보자들만 사죄하느라 바빠 보일 정도더라고.

②: 그렇다고 더민주가 잘한 것이냐. 그게 아니라는 건 야권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광주와 호남을 보면 알 수 있어. 전체 28석 가운데 국민의당이 23곳에서 당선되면서 호남을 싹쓸이했거든. 특히 광주의 경우 국민의당이 8석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단 말야. ‘야권 분열은 필패’라는 야당의 거센 공격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독자노선을 고수했는데 리더십은 물론 자신의 새정치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킨 거야. (안파고가 해낸 신의 78수였다는 평가가 있지.)


한 가지 더 주목할 점. 비례대표 정당 특표율에서 국민의당(26.7%)이 더민주(25.5%)를 능가했다는 거야. 상당수 유권자들이 지역구 선거에서는 더민주를 찍었지만 정당 투표에선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게 볼 수 있는 대목이지. 철밥통 정치를 깨자는 데서 유권자들이 교차 투표를 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결과야. 양당체제에 질린 유권자들 덕분에 국민의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거고.

③: 자, 이제 마지막. 이번 선거의 이변 중 大이변. 야당 소속 후보가 새누리당의 텃밭인 강남에 깃발을 꽂은 거야. ‘강남대첩’을 이끈 주인공은 전현희 더민주 후보. 14대 총선 때 민주당 홍사덕 후보가 당선된 후 이 지역에서 야당 인사는 한 번도 당선되지 못했던 동네인데, 전 당선자는 51.5%라는 높은 지지율로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44.4%)를 꺾었어. 그는 지난 19대 총선 때 강남을 지역구를 놓고 정동영 전 의원과 경선을 벌였지만 패했고 송파갑에 전략공천을 받았었지. 그런데 그런 기회를 사양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 이번에 강남을에 재도전을 한 거야.

그리고 오늘 이 글의 하이라이트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31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는 거야. 대구는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거둔 적이 없었단 말이야. 응, 단 한번도. 그런데 이번 대구 민심은 김부겸 더민주 후보(수성갑)와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립했던 유승민 무소속 후보(동구을)를 향했어.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핵심 지지층에서도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로 볼 수도 있지.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새누리당에선 이 나라 국회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건지 비전이나 구체적인 책략이 보이지 않아. 국회에 출입하면서 “이번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는데 그 책임이 야당에만 있는 건 아닌데도 새누리당은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이 행동했지.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고 소득이 양극화되면서 자조가 섞인 수저계급론이 등장하는데도 이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혜안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20대 국회의원들은 이번 선거의 민심을 제대로 읽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었으면 해. 4년간의 임기는 이제 막 시작한 것일 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