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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전자정복史…저비용 소자 제작하다
<연구논문은 딱딱하고 어렵습니다. 특히 과학 분야 논문은 생소한 전문용어가 많아서 연구 결과가 쉽게 읽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암호처럼 보이는 논문 속 기호와 수식어는 여러분의 생활 속 이야기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 내용을 쉽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HOOC=이정아 기자] 잠시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살펴볼까요? 인터넷 검색 단말기, 전자게임기, GPS 내비게이터, 고성능 카메라 등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닙니다. 길고도 복잡한 전자정복의 역사가 만들어낸 혁신의 결과물이죠.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스크롤하면 기기 안쪽에서 수십억 개의 작은 전자들이 정교하게 설계돼 있는 실리콘 칩의 연결 통로를 따라 바삐 움직이는데요. 이 마술과도 같은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전자’의 힘에서 비롯됩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지금보다 10분의 1 정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모든 전자기기에는 전기를 전도시키는 전자소자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박막 트랜지스터(TFT)가 대표적인 반도체 소자로 꼽힙니다. 디스플레이의 선명도를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전자소자죠. 박막 트랜지스터는 여러 얇은 막으로 구성되는데요. 그래서 이 소자는 작고, 가볍고, 구부릴 수 있는 전자기기에 적합합니다. 

지금까지 박막 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공 상태에서 화학물질을 증발시킨 뒤 작은 입자로 만들어 이 입자를 판판한 저온의 기본재에 부착시키는 증착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진공상태에서 금속을 가열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대형장비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네, 투자비용이 비싸다는 문제점이 따라오게 됩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 방식 대신 용액으로 박막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나노입자 사이에 있는 유기분자 때문에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한계가 거론됐죠.

그런데 한미 공동연구진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습니다. 박막 트랜지스터를 은과 산화알루미늄 나노입자 액체로 간편하게 제작한 뒤 빠르게 회전하는 기판 위에 이 액체를 뿌리는 방법을 활용한 건데요. 액체는 원심력에 의해 기판 위에 얇게 퍼지게 됩니다. (그 방법이 얼마나 간단한지는 영상에 담겨있습니다.)



연구진은 이 기판을 티오시안산암모늄 물질에 담갔다 빼는 공정을 거쳐 나노입자 사이의 거리가 줄어드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이는 전기전도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박막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모든 공정을 용액공정 방식으로 해낸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인 것이죠. 연구 결과는 세계 3대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에 8일 게재됐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최지혁 박사는 이번 연구가 “전자산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기존보다 더 간편하게 박막 트렌지스터를 제작할 수 있는데 그 비용을 최소 50% 수준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연구는 전자산업에서 채택하고 있는 반도체를 만드는데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설비비용이 낮고, 소규모 장비로 전자소자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이 제조산업에 진출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입을 수 있는 컴퓨터를 더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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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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