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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객이익 빼돌리는 자전거래 증권사 중징계는 당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7일 불법 자전거래를 한 현대, 교보, 대우, 미래에셋, 한화투자, NH투자 등 6개 증권사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자전거래 규모가 가장 큰 현대증권에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의 한 달간 ‘업무중지’라는 무거운 징계가 떨어졌다. 교보증권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았다. 대우·미래에셋·한화투자증권은 비교적 가벼운 ‘기관주의’를 받았다. 이들 회사의 해당 임직원 64명에게도 면직에서 주의까지 각각 징계를 내렸다. 이같은 징계 수위는 전례로 보아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본다는 의미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금융 불법 사례중 하나가 자전거래다. 현대증권은 2009년 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정부 기금 등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랩이나 신탁계좌에 담고 있던 기업어음(CP)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자사가 운용하는 다른 계좌에 매도했다. 무려 9500여회 59조원이다. 4년동안 거래일마다 하루 평균 11번 74억원씩의 불법이 자행됐다는 얘기다.

이처럼 불법이 계속된다는 것은 그만큼 유혹이 크다는 의미다. 수익률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연기금이 투자한 펀드의 주식은 비싸게 사들이고 다른 펀드에 편입된 주식은 싸게 팔아 교환하는 것이다. 수익률 조작은 시세조작이고 곧 금융범죄다. 자본시장법상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이유다.

최근 몇년간 채권시장의 영업상황은 크게 어려워졌다. 큰 손 장기 거래자인 기관투자가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채권운용사들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이번 사태도 지난해 5월 금감원과 새누리당의 ‘정부기금 방만운용점검 태스크포스(TF)’가 현대증권 등의 대규모 자전거래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데서 비롯됐다.

자전거래가 근절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개인고객의 손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채권 브로커는 연기금 등 큰손들의 수익률만 유지하고 연결의 끈만 잡고 있으면 엄청난 인센티브를 챙긴다. 잘못되도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정 수수료까지 주면서 돈을 맡긴 개인고객들은 자신의 펀드가 어떻게 손실을 보고 있는지, 이익의 일부분이 어떻게 빼돌려졌는지 알 길이 없다.

도덕성 재무장이나 일벌백계로는 이익을 좇아 불법을 저지르는 브로커들을 막을 수 없다. 방법은 채권시장의 거래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시스템으로 막는 게 최선이다. 모든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전산화하는 전자증권법의 시행시기를 4년이나 기다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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