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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성 높은 난민 터키 송환…“추방되느니 죽어버리겠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우리를 추방하면 자살할 거에요.”

그리스가 지난 4일 이슬람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기 시작하면서, 난민 캠프가 있는 레스보스ㆍ키오스 섬 등을 중심으로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있다. 첫 날 200여명을 터키로 보낸 이후 송환 작업이 중단된 상태지만,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어서 진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는 키오스 섬은 이번주 내내 긴장이 가득했다. 주요 난민 집결지 중 하나인 이곳에서만 첫 송환자로 66명이 뽑혀 터키로 보내진 데 따른 것이다. 난민 캠프에는 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아키미 라고 밝힌 한 사내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난민이다. 왜 우리를 이렇게 취급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망명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급기야 지난주에는 난민 수백명이 캠프를 탈출해 시가지로 행진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들은 항구를 점령하고 ‘노 터키(No Turkey)’라고 외치며 송환에 반대했다.

또 다른 난민 집결지 레스보스 섬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난민은 전봇대 위에 올라가 뛰어내리겠다고 시위를 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난민 1만2000여 명이 머무는 북부 마케도니아 접경 지역에서도 3주째 시위가 이어졌다.

난민들이 캠프를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면서 현지 주민들의 난민에 대한 반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 위기로 수년째 긴축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난민들은 눈엣가시다.

난민들이 점령한 키오스 항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디미트리스 디모포울로스는 원래 바다가 바라보이던 카페 창 밖 풍경이 텐트촌으로 변해버린 탓에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 그는 “난민이 우리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매일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청소하느라 몇 시간 씩 걸린다고 불만을 토했다.

사정이 이렇자 지난 6일에는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반난민 시위를 열었고, 이에 난민 옹호 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면서 긴장의 수위가 한껏 높아졌다.

마놀리스 보르노스 키오스 시장은 키오스가 폭발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멈춰 버렸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오랫동안 그들은 난민들에 대해 우호적이었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이제는 인심이 바뀔까봐 걱정된다. 우리는 난민에게 항구를 떠나도록 설득해야 한다”라고 했다.

보르노스 시장은 특히 인력과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터키 송환 책임을 떠맡은 것은 “의자를 탁자로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EU-터키 간 난민 송환 협상에 따라 그리스는 자국 내에 머무는 5만여 명의 난민 중 경제적 이유거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방글라데시 등 국가 출신자를 송환할 예정이다.

EU는 이 과정에서 “난민 신청을 모두 개별적으로 심사해 처리할 것이며, 난민 신청자를 일괄 자동 송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수행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난민들을 터키로 돌려보내는 데 필요한 경비 인력은 2300명 정도인데, EU 국경관리기관 프론텍스가 확보한 직원은 200명에 불과하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실제 인력 부족에 따라 첫 송환부터 실수가 나왔다. 유엔난민기구(UNHCR) 유럽지부는 그리스가 터키에 처음 송환한 202명의 난민 중 송환해서는 안될 난민 신청자가 13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했다. 또 지난달 20일 이후 나흘간 그리스 경찰이 난민 신청을 일절 접수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망명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망명 신청 기회를 주겠다는 EU의 약속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인권 단체들은 난민 송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유럽 내 90개의 난민 자선단체들의 연합체인 ‘유럽 난민 망명 위원회’(ECRE)의 캐서린 울라드 사무총장은 “그리스의 역량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난민 송환은 그 자체에 결함을 갖고 있다”며 난민 송환을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가우리 반 굴리크 국제앰네스티 유럽 부국장도 “난민 송환 전체 계획이 잘못 구상된 것으로, 난민 권리가 존중된다는 보장이 있을 때까지 송환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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