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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주노인 시대 ②] 노인범죄 폭증 왜? 고독…소외감…열패감
-고령화 속도, 범죄율, 노인 빈곤률 등…일본 따라가는 한국

-극심한 빈부격차, 열패감이 높은 자살률, 강력범죄로 이어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폭주노인(暴走老人)’은 쉽게 흥분하고 감정이 폭발해 범죄를 저지르는 노인이란 의미로 2000년대 중반 일본 사회에서 노인 범죄가 폭증하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노인 인구는 두 배 증가했는데 노인 폭력 범죄는 4~5배 증가한 현상을 일본사회는 폭주노인으로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4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형사 처벌된 범죄자의 18.8%가 65세 이상이었다. 20년 전인 1995년(3.9%) 보다 4배 증가한 수치다. 같은 시기 노인 비율이 14.6%에서 25.9%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걸 고려해도 폭발적인 증가세다. 일본 경시청은 지난해 상반기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의 범죄율이 1989년 이후 처음 미성년자를 앞섰다고 발표했다.


노인범죄가 급증하면서 노인들의 자괴감 및 열패감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회적으로 쓸모없어졌다는 평가 속에 스스로 분노하면서 극단적 범죄를 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은 외로운 노인 이미지.
노인범죄가 급증하면서 노인들의 자괴감 및 열패감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회적으로 쓸모없어졌다는 평가 속에 스스로 분노하면서 극단적 범죄를 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은 외로운 노인 이미지.

이런 현상을 한국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이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5년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처벌된 전체 범죄자중 8.9%(16만5400명)가 61세 이상이었다. 10년 전인 2005년 3.9%(6만6850명) 비율이던 데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7%에서 13%로 늘었던 것을 고려해도 상승폭이 훨씬 크다. 우리나라도 2011년 이후 노인범죄 발생 건수가 10대 범죄를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노인범죄가 급증하는 것은 이른 정년과 고용불안,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과 위축, 사회적인 고립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한다.

사람들은 사회 경제적 지위를 상실하면 스스로 쓸모없는 인간이 됐다는 자괴감과 상실감을 느낀다. 이런 정서 상태에서 무시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 순간적인 분노가 폭발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60대, 70대 노인들이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스트레스를 겪다가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면 순간적으로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임스 길리건 뉴욕대 정신과 교수는 “사회가 경쟁을 숭상하고 열패감과 열등감을 조장하는 문화에서는 폭력 치사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폭력치사는 타인에게도(타살), 또는 자신에게도(자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노인들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한편에서 쓸쓸히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도 급증세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국내 노인 1000명 중 13.1명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국내 70세 이상 노인 10만명당 116.2명이 자살했다. 이는 다른 나라보다 최대 20배 많은 수치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으론 극심한 노인들 간 빈부격차가 작용한다. 열패감, 무기력함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2014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34개 회원국(평균 13%) 중 가장 높았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19%)보다 심각한 상태다. 노인 빈곤율이란 중위소득 50% 미만을 소득으로 하는 노인가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 가운데에 위치하는 가구다. 우리나라 중위가구는 월 182만원 정도로 계산된다.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절반이 이 소득 밑으로 살고 있다는 의미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우리나라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가구당 월평균 226만원으로 계산한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 노인 가구가 어렵게 지내고 있다는 뜻이다.

노인가구는 가계 빚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 이상 노인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에 달한다. 심각한 것은 극빈 계층이다. 폐지를 줍는 노인이 17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치도 나온다.

경찰청은 ‘치안전망 2016‘에서 “향후 고령화 사회가 지속되면서 노인 범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노인 학대 및 노인 성범죄, 치매ㆍ독거노인 안전사고 등의 예방 정책과 노인 범죄자 대책을 병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극빈층 노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갖춰야 하며,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경험을 젊은 사람과 나눌 일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폭주노인 현상은 더욱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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