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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동거녀 낙태시키면 품위위반(?)…법원 “가혹한 처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동거녀에게 두 차례 낙태를 강요한 소방공무원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정직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은 이 징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강석규)는 소방공무원인 A 씨가 “정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속 소방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이혼한 뒤 2014년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B(여) 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으나 성격 차이와 생활비 문제 등으로 자주 다툼을 벌였다. B씨의 임신 사실을 안 A씨는 아기를 양육할 수 없고 사실혼 관계도 끝내자고 말했다.

결국 B씨는 결별하고 A씨의 비용 지원을 받아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받았다.

두 사람은 한달 뒤 재결합해 또 아이가 생겼으나 A씨가 출산을 반대하면서 B씨는 두번째 낙태 수술을 받았다.

B씨의 아버지는 이런 내용을 소방서에 제보했고, 소방서는 지방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A씨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A씨는 “낙태는 직무와 관련없는 지극히 내밀한 사적 영역에 포함되고, B씨의 정신 건강문제 등으로 혼인을 유지하거나 출산·양육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합의 하에 낙태가 이뤄진 것”이라며 불복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법령을 준수하도록 한 ‘성실 의무’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사회통념상 비난받을 만한 행위로 공직의 신용을 손상시키는 것일 수 있다며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폭행이나 협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B씨에게 낙태를 강요하거나 종용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봤다.

이어 “품위손상 행위의 비위 정도가 그리 심하다고 보이지 않고 오랜 기간 성실하게 공직 생활을 해왔으며 B씨 측이 원고의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이 징계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징계 재량권을 벗어나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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